김천을 빛낸 향토장인 11인에 선정… 김천 지역 100여 현판 글씨 김대중 대통령에게 상소문도
김천의 퍼포먼스 서예가 청악 이홍화(61)씨가 최근 김천시 승격 70주년 기념 ‘김천을 빛낸 향토 장인’ 11명에 선정됐다. “작품 하나로만 평가 받겠다”는 그는 평생을 김천을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했고, 앞으로도 수준 높은 작품으로 지역사회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김천시 구성면 출신인 그가 서예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 2학년때부터다. 청담스님, 삼여제 김태균 선생 등의 대가로부터 사사를 받았다. 1976년 김천에 서실을 열고 지금까지 서예 외길인생을 걷고 있다.
김천 서예계에서 청악을 빼곤 얘기할 수 없다. 김천 지역 현판 100여개를 그가 썼다. 김천문화예술회관, 김천시문화회관, 직지사 장승 등이 그것이다. 부산의 해동 용궁사, 양산대종 현판, 통도사 현판 등 그의 작품이다.
이 같은 공로로 그는 2006년 김천 문화계 최고상인 ‘김천시 문화상’을 받고 2007년 제146호 대한민국 명인으로 추대됐다. 2017년에는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을 비롯해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세계미술축전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후학양성에도 게을리하지 않아 4,000여명이 그의 서실을 거쳐갔고, 1만여명이 김천시 평생교육원에서 그의 수업을 들었다. 요즘은 서예뿐 아니라 조각, 서각, 동양화, 서양화 등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예가인만큼 붓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겠지만, 그의 붓 사랑은 남다르다. 수천 개나 된다. 그는 “붓 하나로 겨우 두 달 정도 쓸 수 있고, 작품에 따라 거기에 맞는 것을 써야 해 붓이 생명이나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 구입한 붓 값만 해도 집 한 채 값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퍼포먼스요 붓은 하나에 수백만 원에 이른다.
그의 작품 소재는 한시 등 문학작품에 국한하지 않는다. 유명인의 명언, 대중가요 가사도 그의 작품 소재가 된다.
‘퍼포먼스’ 서예가답게 큰 붓으로 신들린 것처럼 일필휘지 써 내려가는 그의 모습은 세인들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그는 평생의 역작으로 경주 현광사 법화삼부경을 꼽았다. 1997년 1월 2일 시작해 그 해 12월31일에 완성했다. 17만자나 된다. 순금이 들어가 제작비만 4억원 이상이나 들었다. 그는 “여러 명의 서예가들이 도전했다가 포기한 것으로 안다”며 “글씨를 계속 이어 써야 해 점 하나라도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쓰는 일을 반복했지만, 경만 쓴다는 생각에 아픈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김천문화예술회관 건립을 위해 당시 김대중 대통령에게 상소문도 올렸다. 그 덕분인지 김천문예회관 건립 예산은 확보됐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은 16만점이 넘는다. 지금도 하루 40~50여 작품을 쓰고 있다. 소장 중인 작품은 1,000여 점이다.
그는 “특별한 작품이 아니면 보관장소도 마땅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하지 않아 기록으로 남긴 후 모두 찢어버린다”며 “요즘 서예는 공모전에 치중하는 경향이 많은 듯한데, 서예를 깊이 이해하고 대중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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