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데 라 루아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숨졌다. 향년 81세. AFP 통신 등은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을 인용해 9일(현지시간) 오전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아르헨티나 대통령직을 역임한 데 라 루아 전 대통령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데 라 루아 전 대통령은 심장과 신장 문제로 입원하고 있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데 라 루아 전 대통령은 1937년 코르도바에서 태어나 코르도바 법과대학교를 졸업했다. 21세 때 변호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행정부 내무관리를 거쳐 온건 좌파인 라디칼당에 몸담으면서 정계에 뛰어들었다. 1973년에는 라디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199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첫 민선 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면서 다시 정계의 중심인물로 부각됐다. 시장 재임 중 부정부패 척결과 재정적자 해결 등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진 데 라 루아 전 대통령은 1999년 10월 야당연합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서 집권 페론당의 에두아르도 두알데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과의 갈등과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발 등으로 사회가 불안해지고 강력히 추진하던 경제정책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2000년 12월 IMF에 397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듬해 말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국민들의 소요 사태가 일어났고 결국 2년 만에 임기 2년을 남긴 상태에서 대통령직에서 사퇴했다. AFP 통신은 “데 라 루아 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빠져나온 것으로 유명하다”며 당시를 평가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그의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한다”며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그의 민주화를 위한 여정을 인식하고 있다”고 애도를 표시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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