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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아스달 연대기’ 연출 부족 탓… ‘아스’는 우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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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아스달 연대기’ 연출 부족 탓… ‘아스’는 우리의 모습”

입력
2019.07.0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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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석 PD 장문의 입장문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tvN 제공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tvN 제공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올 상반기 방송가에서 최대 ‘문제작’이었다. 4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돼 국내 방송 역사상 최대 규모로 제작된 드라마인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방송 전 하루 16시간을 넘긴 해외 촬영과 스태프 안전사고로 촬영 현장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지난달 첫 방송 후엔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아류라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여태 본 적 없는 참신한 이야기란 호평도 있었지만, 내용이 어려워 드라마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2부(12회)가 끝난 지난 7일 방송의 시청률은 6.8%(닐슨코리아)에 그쳤다. 장동건, 송중기, 김옥빈, 박해준 등 초호화 캐스팅에 초대형 제작 규모, ‘역사극 히트 콤비’ 김영현ㆍ박상연 작가가 극본을 쓴 점 등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어렵거나 낯설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은 제 노력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그 부분이 가장 아쉽습니다.” ‘아스달 연대기’의 김원석 PD도 ‘과욕’을 인정했다. 김 PD는 9일 언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시청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은 예상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을 잘 해내기 위한 엄청난 제작비를 감당할 용기가 나지 않아 처음에는 (연출을) 고사했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김 PD는 ‘아스달 연대기’와 관련해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그는 이날 tvN을 통해 200자 원고지 80장 분량의 긴 답변서를 보내왔다. 여러 언론사가 사전에 보낸 작품 관련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김원석 PD. tvN 제공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김원석 PD. tvN 제공

다음은 김원석 PD의 주요 답변 내용.

-이야기가 어렵다는 지적에 대한 생각은.

“‘아스달 연대기’의 공간적 배경은 아스라는 가상의 대륙이고, 시대적 배경은 청동기 시대다. 기본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영웅 탄생 신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세상을 바꿀 운명을 타고난 인물들이 역경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스스로 자신을 증명해 내는 이야기다. 이야기 자체는 어려운 것이 없는데, 공간과 시간이 이전에 다루지 않았던 설정이다 보니 인물의 이름, 지명 등이 생소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글로 읽을 때보다 말로 전해질 때 더 생경하게 다가갔을 것 같다. 이해를 위해 소리나, 자막을 더 명료하게 하는 방법을 마련했다.”

-보여주려 한 세계관은 무엇인가.

“문명 단계에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원초적인 역동성을 가지고 있고 본능에 훨씬 충실한 태고의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 고대의 사람들을 움직이는 감정은 크게 두 가지로 보았다. 공포와 사랑이다. 태고의 인간들이 벌이는 약육강식의 싸움이 아스달의 세계관이고 엄밀한 의미에서 그것은 현대의 사람들도 똑같이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왕좌의 게임’ 등과의 유사성 지적에 대한 생각은.

“건축물, 의상, 소품, 분장, 미용 등 미술 영역에 동양과 서양의 혼재된 느낌을 위해, 수많은 역사적 자료와, 영상 콘텐츠를 참고했다. 일부 기존 작품과 유사하다는 평에 관한 판단은 시청자 여러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대흙벽을 오르내리는 데 사용한 ‘도르래 기술은 지레, 쐐기, 바퀴 등과 함께 단순 기계에 속한다. 단순 기계란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이용해온 도구를 말한다. 동네마다 있던 우물의 두레박의 원리가 도르래라는 점에서 도르래의 원형이 되는 물건은 청동기 시대에 있었을 것으로 상상했습니다. 다만, 연출자와 스태프들은 누구도 어떤 콘텐츠를 따라 하자는 시도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컴퓨터그래픽(CG)등 볼거리가 아쉽다고 한다면 그건 그렇게 준비하도록 요구한 연출, 제 탓이다.”

-기획 단계에서 연출하지 않으려 한 이유는.

“‘아스달 연대기’는 안전한 장르의 드라마가 아니기에 더더욱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다. 하고 싶은 마음과, 해내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했다. 극중 은섬(송중기)처럼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어 도전했는지도 모르겠다.”

-송중기의 1인 2역은 어떻게 기획했나.

“송중기가 맡은 은섬과 사야는 일란성 쌍둥이다. 은섬은 이아르크에서 자연을 맘껏 뛰놀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랐고, 또 다른 역 사야는 필경관의 탑에 갇혀 햇빛도 제대로 못 보고 외롭게 자란 인물이다. 은섬 신을 찍기 위해 송중기는 몸의 부피를 키워 근육질로 만들었다. 사야 신을 찍을 때는 단기간에 근육을 뺐다. 처음에는 근육질의 은섬보다 훨씬 말랐을 것이 분명한 사야를 표현하기 위해 몸 대역을 쓸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송중기가 깜짝 놀랄 정도로 몸을 다르게 만들어 와서 대역을 쓰지 않았다.”

-뇌안탈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두 작가가 체계를 만들었다. 발음은 언어학자의 조언을 받았다. 뇌안탈어의 단어를 만들 때 아나그램(문자의 재배열해 다른 단어로 바꾸는 작업)이 사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단어를 그저 거꾸로 뒤집어 모든 언어체계를 만든 것은 아니다.”

-제작 환경 논란에 대한 생각은.

“현장에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스태프들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였어야 했는데 부족했다. 반드시 제작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저는 주로 한 팀으로만 촬영해 왔는데 주당 2회 방송이 바뀌지 않는 한, 한 팀으로 촬영하는 것은 앞으로 어려울 것 같다. 모든 촬영은 A, B팀으로 나누어 준비하고, 기술뿐 아니라 미술 스태프도 반드시 팀으로 나눠 준비하도록 하겠다.”

- 9월 방송할 3부 관전포인트는(총 16회 3부로 편성된 ‘아스달 연대기’는 9월7일부터 남은 4회가 방송된다).

“1, 2부가 주인공들이 역경과 고난을 통해 성장하고 각성하는 내용이 주라면, 3부의 내용은 각성한 인물들이 세상을 바꿀 힘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가슴 아프고 답답한 이야기보다 뿌듯하고 감격스러운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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