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 고려해 약간 흐리는 표현 관행이 군에 있어… 질책 많이 해”
국방ㆍ외교장관 교체 요구엔 “靑과 상의 기회 있을 것” 여지 둬
군 당국이 북한 목선 발견 장소를 ‘삼척항 방파제’가 아니라 ‘삼척항 인근’이라고 발표해 은폐 의혹을 부른 것과 관련, 이낙연 국무총리가 9일 “관행상 표현이었지만, 못난 짓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9일 국회 정치ㆍ외교ㆍ통일ㆍ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난달 발생한 목선 사건이 군의 경계 실패를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따가운 질책이 무척 아프다.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만 해도 북한 선박 80여척이 넘어와서 돌려보냈는데, 이번엔 감시, 제지하지 못해 부끄럽다”고도 했다.
군이 목선 발견 장소를 ‘인근’이라고 브리핑한 이유와 관련해 이 총리는 “대공(對共) 등을 고려해 약간 흐리는 관행이 군에 있다고 한다”며 “그래서 인근이라는 표현을 무심결에 썼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경의 초기 발표에서는 ‘인근’이라고 지칭하지 않은 점을 들어 “정부가 은폐나 축소를 하려고 했다면 첫 발표를 그렇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도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못난 짓으로, 이번에 질책을 많이 했다”고 자세를 낮추었다. 정부는 군의 경계 근무 태세 등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사건 자체를 축소ㆍ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는 골자의 목선 사건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총리는 외교ㆍ안보 부처 장관들의 교체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의 해임을 건의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이 총리는 “의원 여러분의 뜻을 깊이 새기고 (대통령과) 상의하겠다. 청와대와 상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여지를 두었다. 이 총리의 화법 상 외교ㆍ안보 라인 교체가 여권에서 실제 검토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개각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 총리는 “날짜를 정해놓진 않았지만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분들은 준비하도록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권에는 현역의원 출신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의 국회 복귀가 임박했다는 설이 무성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장관급인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의 총선 차출 가능성도 개각 변수로 꼽힌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