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자ㆍ홍문표 열흘 넘게 갈등…“보건복지위원장과 겸직 무리”김세연 여연 원장 사퇴 압박도
국회 상임위원장을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자리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의원들은 명분도 체면도 내버린 채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고, 당 지도부는 교통정리를 하기는커녕 오락가락하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 ‘수권 정당’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놓고 박순자, 홍문표 의원이 10여일째 혈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또 다른 분란 거리로 등장했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건복지위원장에 정식으로 선출된 김세연 의원이 당 지도부로부터 여의도연구원장 사퇴를 요구 받은 사실이 9일 알려지면서다. 박맹우 당 사무총장은 “상임위원장과 여의도연구원장을 겸직하는 것은 무리”라며 김 의원의 원장직 사퇴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고 한다. 3선 소장개혁파인 김 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인 올해 3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됐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탈당했다 지난해 복당했으며, 비박계로 분류된다. 때문에 그를 여의도연구원장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 황교안 대표를 위시한 친박계 당 지도부의 ‘비박계 복당파’에 대한 견제 혹은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복당파인 이진복 의원이 사무총장 하마평에 올랐다 흐지부지된 것, 역시 복당파인 황영철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친박계 김재원 의원에게 내주게 된 것 등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반복되는 자리 싸움은 당 지도부 책임론으로 옮겨 붙고 있다. 일본의 무역 보복, 경제상황 악화 등 야당의 ‘호재’들을 흘려보내는 것도, 정부ㆍ여당을 견제하는 야당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한국당이 집안 싸움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국토위원장을 계속 하겠다며 초유의 ‘입원 농성’을 하고 있는 박순자 의원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당 윤리위 회부 가능성을 거론하며 박 의원을 압박하고 있지만, 제 1야당의 명예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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