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만에 22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무기 수출을 할 전망이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 분쟁 와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과 관계 강화를 위해 보여준 움직임에 중국 정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미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금주부터 무역협상 재개에 나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난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이다.
로이터와 AP 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8일(현지시간) 대만에 M1A2 에이브럼스 전차 108대와 스팅어 휴대용 방공 미사일 250기 등을 판매하는 계획을 국무부가 승인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 의회에 해당 무기의 대만 수출을 최종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회는 표결을 통해 무기 판매를 거부할 수도 있다.
이날 미 의회에 통보한 무기 판매 목록에는 거치용 기관총, 탄약, 허큘리스 기갑 구조 장갑차, 중장비 수송 차량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이번 판매는 대만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라며 “(미 국방부는) 대만 군대의 현대화와 방어 능력 유지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만에 이 무기들을 판매하더라도 대만과 주변국 간의 기본적인 군사적 균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대만에 무기를 팔기로 한 미국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의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으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훼손했다”면서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반대를 표시했으며 이미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주요 사안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했을 때 ‘엄정한 교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뗄 수 없는 부분으로 그 누구도 국가 주권과 영토를 지키려는 중국 정부와 인민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을 위반했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ㆍ중 간의 3가지 공동성명을 엄중히 어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초에도 대만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성명을 내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양국 관계에 해를 끼치는 무기 판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중국의 분노가 촉발될 것을 우려하면서 대만과의 대규모 무기 거래를 하지 않아 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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