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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인트 릴리프가 사라지고 있다…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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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인트 릴리프가 사라지고 있다… 도대체 왜?

입력
2019.07.10 0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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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릴리프로 활약중인 진해수(LGㆍ왼쪽부터)와 임기준(KIA) 임현준(삼성). LGㆍKIAㆍ삼성 제공.
원포인트릴리프로 활약중인 진해수(LGㆍ왼쪽부터)와 임기준(KIA) 임현준(삼성). LGㆍKIAㆍ삼성 제공.

프로야구에서 ‘원 포인트 릴리프(One Point Relief)’는 특정한 한두 명의 타자만을 상대하기 위해 등판한 구원투수, 혹은 이런 전략을 의미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많은 좌투수, 혹은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들이 0.1이닝, 혹은 0.2이닝을 위해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과거 류택현(LG)이나 가득염(SK), 강영식(롯데), 전병호(삼성)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중반 투수 분업화 과정에서 생겨나 한때 크게 유행했던 원 포인트 릴리프가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KBO리그에서 3~6월까지 치러진 408경기를 분석한 결과, 리그 선두 SK는 원 포인트 릴리프 운용에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SK는 지난해 같은 기간 6명의 원 포인트 릴리프를 투입했지만, 올해는 강지광이 5월 16일 NC전에서 삼진을 하나 잡고 내려간 것이 유일하다. KT와 NC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NC는 지난해 같은 기간 강윤구(10회) 등 13번이나 원 포인트 릴리프를 투입했지만 올해는 8번으로 줄었고, KT도 지난해 같은 기간 7회에서 올해 4회로 줄었다.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올 시즌 가장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현대 야구에서는 특정 유형의 투수가 특정 유형의 타자를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K와 KT의 경우, 경기 흐름상 어쩔 수 없이 한 타자를 상대하는 경우는 있지만 공식적인 원 포인트 릴리프는 운용하지 않는다. 박승민 KT투수코치는 “최근 야구는 불펜 투수들이 소화할 이닝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0.1이닝, 많아야 0.2이닝을 소화할 투수를 굳이 선수 명단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코치진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월말 현재 리그에서 5경기 이상 한 타자만 상대한 투수는 진해수(LGㆍ11경기), 임현준(삼성ㆍ10), 임기준(KIAㆍ8) 박주홍(한화ㆍ5) 박시영(롯데ㆍ5) 등 5명이다.

이런 변화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흐름과 함께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원 포인트 릴리프를 볼 수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3월 “선수노조와 합의한 규정 변경 내용”이라며2020년부터 투수는 부상의 경우를 제외하면 최소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특정 타자 1, 2명을 상대하기 위해 등판하는 스페셜리스트, 즉 원 포인트 릴리프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메이저리그 사무국 과제 중 하나인 ‘경기 시간 단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보통 이닝 중 투수 교체 시간은 3분 정도 소요된다.

선수 양성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손혁 SK 투수코치는 “이닝 중 투수 교체는 자칫 해당 선수의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스스로 한 이닝을 마무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잦은 출전으로 인한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운드에서 한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원 포인트 릴리프는 보통 1이닝 분량(15~20개)의 불펜 투구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일 반복되면 선수 생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마운드에서 던지는 투구 수뿐만 아니라 불펜에서 몸을 풀면서 던지는 투구 수도 중요하다”면서 “이런 피로도가 하루하루 쌓이면 투수에게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주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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