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은 ‘장마’를 ‘댱+맣’에서 온 말로 설명한다. ‘댱(長)’은 길다는 뜻, ‘맣’은 물의 옛말로 본다. 16세기 선조 때 한자교습서에 등장하는 ‘댱마 림(霖)’이 거의 최초의 표현이라고 한다. 이후 17세기 윤선도의 시조 ‘산중신곡(山中新曲)’ 중 ‘하우요(夏雨謠)’에 ‘심심은 하다마는 일업을 손 마히로다’ 중 ‘마히’도 장마다. 영조 말년쯤인 18세기 후반, 이 말이 지금과 거의 유사한 ‘쟝마’로 바뀐다. 쓰는 과정에서 음이 조금 달라졌을 뿐 여름철 오랫동안 내리는 비라는 의미는 그대로다.
□ 장마는 중국과 대만, 일본도 겪는데 이들 나라에서는 공통으로 ‘매우(梅雨)’로 쓰고 ‘메이유’ ‘바이우(또는 쓰유)’라고 각각 읽는다. 중국에서는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때 내리는 비라고 곰팡이 ‘매(霉)’를 써서 ‘메이유’라 했으나 느낌이 좋지 않아 발음이 같은 매실이 익는 시기인 점에 착안,표기가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오랫동안 ‘바이우’로 부르던 일본이 ‘쓰유’를 함께 쓰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중반부터. ‘무르익는다’는 뜻으로 역시 매실과 관련이 있다. 지금은 ‘쓰유’를 더 흔하게 쓴다.
□ 장마는 6월부터 약 2개월 정도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랭다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 또는 대륙 고기압 사이에 형성된 전선이 정체하면서 발생한다. 한반도는 6월 하순에 시작해 한달 남짓 이어진다. 올해 장마는 제주도를 기준으로 평년보다 일주일 늦게 시작됐는데, 중부 지방은 그 이후로도 별로 비가 오지 않았다. 10일에는 제법 비가 온다지만 통상 장마가 끝나는 7월 말까지 예보를 봐도 몇 번 비가 오지 않는다는 전망이다. 1973년 제주도의 장마철 강우량 30.9㎜처럼 역대급은 아니겠지만 ‘마른 장마’일 가능성이 있다.
□ 기상청은 2009년부터 공식적으론 장마 시작ㆍ종료 시점 예보를 하지 않고 있다. 장마 기간은 한달 평균 300㎜ 정도의 비가 쏟아지고 그 전후 강우량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1990년 이후로 장마 시작 전이나 끝난 뒤 강우량이 늘었고, 특히 장마 뒤인 8월 강우량이 장마 때와 비슷해져 기간 구분의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대기 불안정 등으로 국지성 호우가 잦아진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벌써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가 나오는 데다 80년 만의 7월 폭염이라니 올해는 어느 때보다 목마른 여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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