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실내체육관, 재난 때는 대피시설로
2017년 11월15일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경북 포항에 다량의 공기를 주입시켜 만든 돔 형태의 지진대피소가 등장했다.
포항시는 이달 말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북구 흥해읍 초곡리 공공청사 부지에 면적 1,880㎡, 높이 10.5m의 다목적 재난대피시설을 완공한다고 9일 밝혔다. 대형 텐트를 연상시키는 다목적 재난대피시설은 에어돔 대피소로 불리며, 평소에는 배드민턴 9개면을 갖춘 실내체육관으로 이용된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대피소를 감싸는 풍선 모양의 외부 막재는 방염 처리된 특수 소재와 단열재로 제작됐고, 총 무게는 7톤이다. 실내로 공기를 주입해 부풀리는 방식으로 외관을 유지한다. 건물 안 공기가 계속 빠져 나가지 않도록 일반인 출입구 2곳이 모두 회전문으로 설계됐다. 바깥 공기를 주입할 때는 3중 필터를 거쳐 초미세먼지까지 거를 수 있도록 했고, 실내 공기는 내부에 설치된 환기구를 통해서만 나가도록 했다.
에어돔 대피소에는 재난 발생 시 구호품을 실은 대형트럭이 드나들 수 있도록 차량 전용 통로가 설치됐다. 또 내부에서 화재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빨리 빠져나갈 수 있도록 별도 비상구 2곳이 마련됐다.
설계업체인 어바웃테크의 정훈 대표는 “에어돔 내부에 공기가 빠지더라도 5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비상 상황 시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빠져 나갈 수 있다”며 “초미세먼지까지 걸러 공기를 유입해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한 날 에어돔으로 오면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대피시설로 건축된 만큼 건물 바닥은 규모 7.0 이상에도 견디는 내진 특급으로 시공됐다. 천장과 사방 벽은 기둥이나 부자재가 없어 지진에도 부서지거나 떨어질 물건이 없다.
에어돔 대피소는 평소 주민들을 위한 실내체육관으로 이용된다. 지진 등 재난 발생 때는 500명 이상 머무를 수 있는 대피시설로 변신한다.
건축 비용도 동일면적에 철근콘크리트로 짓는 일반 체육관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포항시는 에어돔 대피소 건설에 45억원의 시비를 썼다.
포항시는 이달 말 준공식을 가질 예정으로,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에어돔 대피소 건설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에어돔 대피소가 지진으로 불안해하는 포항시민들의 안정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대피시설을 점차 늘려 포항을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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