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단체들이 유사강간을 포함한 강간 피해자 10명 중 7명이 직접적 폭행이나 협박 없이 피해를 당했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208개 여성인권단체들이 모인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66개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강간(유사강간 포함) 상담사례들을 살펴본 결과 직접적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던 피해자가 총 1,030명 중 71.4%인 735명에 달한다”고 9일 밝혔다.
특히 직접적 폭행ㆍ협박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자 비율은 미성년자와 장애인이 각각 23.7%와 26%로, 전체 평균(28.6%)보다 낮았다. 폭행ㆍ협박을 강간죄 구성요소로 정한 현행법 아래에서 약자 대상 성폭력이 더욱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직접적 폭행ㆍ협박이 없었던 강간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지속적 위협을 가해온 남자친구나 입원 중 의료인에 의한 성폭력처럼 피해자가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 탓에 저항을 포기하는 경우다. 또 하나는 잠이 들었거나 술 또는 약물에 취한 상태에서의 성폭력같이 피해자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무력한 상태를 이용하는 경우다.
연대회의는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 중 대부분이 현행법에서는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국회는 하루빨리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니라 아니라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분석결과를 담은 의견서를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위원들에게 전달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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