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전송 기기를 만드는 중소기업 A사의 제품에는 모두 일본산 중앙처리장치(CPU)가 들어간다. 이 업체 관계자는 “6개월 정도 재고가 있지만 공급 차질이 생길 경우 제조 라인을 전부 고쳐야 한다”고 답답해했다.
#금형업체 B사를 운영하는 최고경영자는 “안 그래도 일본 수출이 점차 줄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짧은 납기인데 무역 분쟁이 확산돼 자칫 통관 지연이 발생할 경우 수출 타격이 우려 된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가 지속될 경우 6개월도 버티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9일 반도체, 영상기기, 방송 및 무선통신장비 중소제조업체 269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일본 정부의 반도체소재 등 수출제한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정부 수출규제를 6개월 이내로만 견딜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59%였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산업 영향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의 59.9%는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수출규제에 대한 자체적인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는 ‘대응책이 없다’는 응답이 46.8%로 가장 많았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현 상황을 대응할 준비가 안된 것으로 중기중앙회는 분석했다. 중소기업들은 대책으로 대체재 개발(21.6%), 거래처 변경(18.2%), 재고분 확보(12.3%) 등을 언급했다.
중소기업들은 반도체 소재를 국내에서 개발하거나 제3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등 일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위해선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재 거래처 다변화에 ‘1년 이상 소요된다’는 응답이 42%였고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된다’는 응답은 34.9%였다. ‘6개월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업체는 23.1%에 불과했다.
현재 가장 필요한 정부의 지원책(복수응답)으로는 소재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자금지원(63.9%), 수입국 다변화를 위한 수입절차 개선(45.4%),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20.1%) 등의 답변이 나왔다. 정부에 바라는 외교적 대응으로 응답 기업 53.9%가 ‘외교적 협상을 통한 원만한 해결‘이라고 답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법 대응’은 34.6%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기업뿐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도 일본 수출규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며 “8월 초 중소기업사절단을 구성해 지한파로 알려진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 등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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