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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적독하는 생활

입력
2019.07.10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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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주변에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전자책 리더기를 써 본 후 독서 생활의 질이 향상되었다며 만족해하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전자책 여러 권을 담아 두었다가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책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책을 보관할 공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사다보면, 살 때는 모르지만 어느 새 책장에 책 꽂을 공간이 없어지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전자책은 그런 부담이 없다. 종이책에 비하면 훨씬 많은 수의 책을 보관할 수 있고 원할 때마다 빠르게 찾아 꺼내 볼 수도 있다.

물론 책을 다 읽기 위해 사는 것만은 아니다. 다 읽지 못할 것을 알지만 그래도 소장하고 싶어서, 혹은 언젠가 시간이 나면 다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책을 사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책을 사다보면 책을 읽는 속도보다 눈앞에 쌓여가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때도 온다. 이렇게 책을 읽지는 않고 쌓아 두기만 하는 것을 놀림조로 이를 때에 ‘적독(積讀)’이란 말을 쓴다.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적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책이 좋아 책을 사면서도, 읽지 못한 책이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전자책의 길을 택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한자를 쓰는 ‘적독(摘讀)’이란 말도 있다. 띄엄띄엄 가려서 읽는다는 뜻이다. 책을 읽지 않고 쌓아 두기만 하는 사람들도 ‘적독(摘讀)’은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책 좀 다 못 읽고 쌓아 두는 게 뭐 어때!’ 하는 생각도 든다. 눈길이 가는 곳에 읽고 싶은 책이 쌓여 있고, 마음이 내키면 손이 가는 대로 책을 펼쳐 띄엄띄엄 읽다보면 내 인생의 책을 찾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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