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계속 하고 싶다면서 약 열흘째 ‘입원 농성’ 중인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8일 국회에 ‘잠깐’ 등원했다. 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 의원은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신상 발언 뒤 금세 자리를 떴다. 당내 합의에 따라 박 의원에 이어 이번 달부터 1년간 국토위원장을 맡기로 돼 있었던 홍문표 의원은 “개인 욕심을 채우기 위한 떼쓰기”라며 박 의원을 공개 비난했다. 한국당의 자리 싸움이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는 국토교통부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였다. 위원장석에 앉은 박 의원은 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회의장에서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한 말씀 드리겠다”고 입을 뗐다. 박 의원은 “국토위가 주택과 부동산, 교통 등 각종 분야에서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위원장의 전문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자신이 국토위원장 적임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어 “국회법은 상임위원장의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있으며, 위원장 임기가 1년이라고 말해 준 분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원 구성 협상 때 박 의원과 홍 의원이 국토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기로 합의하고 의원총회에서 추인까지 받은 것을 뒤집은 것이다.
박 의원은 여야 간사들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10분만에 자리를 떴다. 박 의원 측은 “퇴원한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국토위 전체회의가 열릴 때마다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국토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는 데 대해 합의한 적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한국당 의원들에게 전달하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국토위원장 자리를 눈앞에서 놓치게 된 홍 의원은 공격 수위를 높였다. 그는 입장문을 내 “박 의원이 막무가내 버티기식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박 의원의 억지 논리에 입원까지 하는 촌극을 보면서 한국당은 국민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했다. 또 “일방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흘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당론까지 묵살하고 당을 욕보이는 박 의원의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박 의원 징계를 당 지도부에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한국당은 9일 의원총회에서 국토위원장 교체 건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국회법 상 당 지도부가 박 의원을 국토위원장을 해임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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