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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유니클로가 불매운동 ‘단골 타깃’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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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유니클로가 불매운동 ‘단골 타깃’ 된 까닭은

입력
2019.07.09 04:40
수정
2019.07.09 1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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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대구 달서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일본기업 불매운동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일 대구 달서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일본기업 불매운동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몇 년 동안 잇따라 ‘불매기업’으로 거론되는 곳이 있습니다. 일본의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유니클로’ 입니다. 올해도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습니다. 지난 4일 일본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에 국내 소비자들은 일본 기업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유니클로는 2005년 한국 진출 이후 끊임없이 국내 소비자들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에도 한차례 홍역을 치렀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지민이 입은 티셔츠가 발단이었습니다. 이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우리 국민의 모습과 일본에 떨어진 원폭 그림 등이 그려져 있었는데, 일본 현지에서 논란이 된 겁니다. 이후 일본의 한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에 출연이 예정됐다가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졌죠. 국내에선 일본 극우 세력들이 방송 출연을 막았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우익 단체를 지원한다고 소문난 유니클로에게 화살이 돌아갔습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삽시간에 퍼졌었죠.

1년 뒤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7일 서울 유니클로 명동점은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상반기 세일 기간의 마지막 주말이었는데도 말이죠. 항상 북적이던 1층과 2층 여성 의류코너는 썰렁했고, 그마저도 대부분 중국 관광객들이었습니다.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유니클로는 2013년 3월 ‘독도 명칭을 다케시마로 바꾸자’는 ‘다케시마 캠페인’ 후원 기업이라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유니클로가 지난 2010년 일본의 사탕회사 ‘아사다 아메’ 로고를 활용한 티셔츠를 출시했다가 논란이됐다. 티셔츠에 그려진 디자인이 일본의 전범기와 유사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캡처
유니클로가 지난 2010년 일본의 사탕회사 ‘아사다 아메’ 로고를 활용한 티셔츠를 출시했다가 논란이됐다. 티셔츠에 그려진 디자인이 일본의 전범기와 유사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캡처

이쯤 되면 유니클로를 피해자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행보는 조금 의심을 살만 합니다. 우리 소비자들이 예민해하는 부분을 건드린 겁니다. 일본의 욱일승천기를 활용했기 때문이죠. 욱일승천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깃발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유니클로는 2017년 전단지나 종이 쇼핑백에 이 무늬를 활용한 겁니다. 이미 2010년 전범기 무늬와 유사한 디자인이 새겨진 티셔츠를 출시해 논란이 됐고, 2013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전범기 이미지를 활용한 자국 전시회를 후원해 비판을 받았었죠.

심지어 올초 태국 방콕 여행을 다녀온 지인은 한 대형 쇼핑몰의 유니클로 매장을 방문했다가 쇼핑백에 디자인된 전범기 이미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유니클로는 적극적으로 해명을 해왔습니다. 전단지 등에 대해선 “의도치 않은 부적절한 콘텐츠가 실수로 게재됐음을 발견하고 이를 즉시 삭제했다”고 했고, “티셔츠는 일본의 사탕회사 ‘아사다아메’ 기업 로고”라고 해명했죠. 매번 유니클로는 “전범기업이 아니다”, “그 어떤 단체도 후원하지 않는다”, “욱일기를 사용한 건 그 어떤 의도도 없다”고 항변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성인지감수성’이란 말이 한때 유행했습니다. 이 단어를 ‘문화인지감수성’이라는 말로 바꿔 유니클로에 적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니클로는 1984년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현재 전세계 22개국에서 2,0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21조3,400억원을 벌어들이는 패션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몸집이 불어났다고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을까요. 이제라도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 국민의식 등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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