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징용 기금 한국 정부안 수용 의사 없어” 중재위 설치 수용 재차 압박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법으로 제안한 ‘한일 기업의 기금 조성안’을 일본은 수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8일 밝혔다. 이달 18일 시한으로 일본이 제안한 중재위 구성을 한국이 받아들이라고 채근하면서다. 그러나 정부는 기금조성안을 고수할 방침이어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낙인찍고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일본 측 입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나가미네 대사는 ‘한일 기업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정부안에 대해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윤 의원은 나가미네 대사와 국회에서 만나 50여분간 현안을 논의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보다 진전된 안을 (한국이) 가져오면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가 요청한 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지난달 19일 일본이 제안한 ‘제3국에 의한 중재위 설치’를 한국이 수용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해당 제안에 대한 답변시한은 이달 18일이다. 윤 의원은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가 새로운 안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나가미네 대사는 최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강제징용 문제에서 비롯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동안 양국 간 신뢰가 무너지고, 훼손됐다. 그래서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관리·규제를 엄격하게 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뢰가 무너졌다’는 발언에 대해 윤 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정부가 일본의) 외교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 등을 (나가미네 대사가) 포괄적으로 말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중재위 설치를 수용하라고 다시 강조한 것은, 일본은 강제징용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이 이를 방치해두고 있다는 식의 여론을 굳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고 판결한 이후, 청구권협정에 명시된 분쟁 해결 3단계 절차(양자협의→양국 중심 중재위 구성→제3국 중심 중재위 구성)대로 한국 정부에 제안했다.
아울러 경제적 조치(수출제한)는 정치적 사안(강제징용 문제)과 별개라며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원인으로 꼽은 것 역시, 한국이 국가간 약속을 번번이 어긴다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적 결단이 없는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라는 식으로 한국을 공격하면서 경제적 보복을 감행하는 기조를 일본이 이어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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