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의원 감금 혐의 4명 출석은커녕 “면박주기용”… 피고소ㆍ고발 의원들 109명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수사를 두고 경찰이 끙끙 앓아대고 있다. 워낙 정치적 사안이라 정치 논리에 수사 논리가 휘말릴 우려가 커서다. 경찰은 앓아도 앓는 티조차 낼 수 없다. 앓으면 앓아대는대로 또 ‘여론몰이로 정치권을 압박하느냐’는 공세가 쏟아질 우려가 있다.
8일 갓 부임한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기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1차 출석 요구에 불응한 피고발인 4명에 대해 2차 출석요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이 2차 출석 요구에 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앞서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 감금한 혐의(특수감금)로 자유한국당 엄용수, 여상규, 이양수, 정갑윤 의원에게 지난 4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아무도 출석하지 않았다. 않았을 뿐 아니라 “출석 조사는 면박주기용”이라고 반박하며 “문희상 국회의장도 고발됐으니 문 의장부터 소환하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받아둔 패스트트랙 관련 고소ㆍ고발 사건은 모두 18건, 피고소ㆍ고발 의원들만 해도 모두 109명에 이른다.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 59명,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이다. 전체 의원의 3분 1이 넘는 인원에 대한 조사인데다, 시점상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수사다. 여의도 주변에선 ‘내년 총선 공천권은 경찰이 쥐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런 민감한 수사이기에 정치권이 어떻게 움직일지, 사건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이미 자유한국당의 자료 제출 요구를 두고 수사 외압 논란이 불거진 것이 한 증거다.
의원들이 소환조사를 계속 거부할 경우 강제 조사도 쉽지 않다. 보통 소환 통보는 세 차례 정도다. 일정을 협의해가며 3번의 소환통보가 있은 뒤에도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는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에겐 불체포특권이 보장되어 있다. 국회 회기 내 체포를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수 참석, 출석의원의 과반수 동의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15~17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은 모두 28건이 제출됐으나 가결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19대 국회에서도 체포동의안 가결률은 40%에 불과했다. 6월 소집된 임시국회 회기가 19일이면 끝나지만, 곧바로 다음 임시국회 개회에 동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아무런 정치적 의도 없이 통상적인 고소고발 사건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 아래 국회에 읍소하고 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국회 개회 여부와 상관 없이 회기 중에 이런저런 업무가 많다면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도 의원들이 출석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환통보 역시 수사 진행 속도에 따랐을 뿐이란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1.4TB(테라바이트)에 달하는 현장 영상 분석 결과에 따라 순서대로 출석 통보를 하고 있을 뿐 여야 안배 같은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서면 조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병재 변호사는 “피고발인들이 국회의원인데다 현장 촬영 동영상이 있고 거기다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사건”이라면서 “경찰로서는 수사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것보다는 서면조사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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