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의 환경 리더십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어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환경 규제 완화, 지구온난화 부인 등 그간 환경 이슈를 두고 숱한 논란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어울리지 않는 이 연설의 뒤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 부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7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방카가 환경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공적을 공개적으로 입증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독려했다”면서 이번 연설의 원고도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과 가까운 대통령 참모 브룩 롤린이 도왔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무대를 누비고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행보에도 밀착 수행해 주목을 끌었던 이방카의 백악관 내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그린 뉴딜’ 정책의 급진성을 비판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을 제시하고 그 성과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 인사는 악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을 떠난 근교 지역 여성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대통령 참모들은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들 여성층의 지지세를 되찾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 여성층을 견인하기 위한 재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환경 이슈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선 환경 이슈를 꺼내 민주당과 논쟁을 해봐야 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군말도 나온다. 한 고위 인사는 “우리가 왜 민주당 이슈를 얘기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고 또 다른 인사는 이번 연설을 ‘자방카 스페셜(Javank Special)’이라고 표현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는 보수 진영 일부 인사들이 재러드 쿠슈너와 이방카 트럼프 부부가 보이는 민주당식 행보를 비난할 때 쓰는 용어라고 한다. 이방카의 적극적 개입에 대한 마뜩잖은 기류도 상당한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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