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생물권 보전지역인 경기 광릉숲 인근의 쓰레기 소각장 건립 추진과 관련,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광릉숲의 동식물 연구와 보전 책무를 지닌 국립수목원이 정작 위협적인 소각장 건립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어서다. 광릉숲 부근의 쓰레기 소각장 건립에 대한 주민 반발(본보 7월 2일자 18면)은 이미 수면 위로 부각된 상태다.
8일 광릉숲이 위치한 경기 포천과 남양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의정부시는 자일동 환경자원센터 내에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1만4,887㎡) 건립을 진행 중이다. 추진 중인 소각장은 하루 평균 200톤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은 광릉숲의 생물자원 보호를 위해 설정한 핵심 지역(755㏊)에선 5㎞ 이내인 데다 완충 지역(1,657㏊)과의 거리도 3.8㎞에 불과하다.
피해 영향권에 들어간 포천, 남양주 지역 주민들은 “주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광릉숲 식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민들의 비난은 국립수목원으로 향하고 있다. 소각장 건립이 추진되던 3월부터 최근까지 무대응의 입장만 고수하면서다. 이달 6일 의정부시에선 주민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별도 입장 표명은 생략됐다.
2015년 수도권 제2외곽 고속도로 3구간(포천∼화도) 설계 변경 당시 “생태계 피해가 우려된다”며 정부에 광릉숲 관통 노선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을 때와는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해당 지역 곳곳엔 국립수목원을 비판하는 현수막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우한 소각장 반대 공동대책위원장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생물권 보전지역 바로 옆에 소각장을 짓는 것은 국가 정책에 반하고,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일”이라며 “국립수목원이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반대 입장도 내지 못한 채 직무유기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이럴 바엔 광릉숲을 생물권 보전지역에서 해제하라”며 수목원 압박 수위도 높여 가고 있다.
반발 수위가 높아지자 국립수목원에선 때늦은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뒷북 대응에 나섰다. 수목원 관계자는 “소각장이 들어왔을 때 광릉숲 동식물에 미치는 피해 영향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 과학적인 근거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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