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주에 일본군 자살특공대원을 위한 '위안소'가 설치ㆍ운용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일제 강점기 당시 제주에도 위안소가 존재했음을 주장하는 첫 사례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와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는 8일 성산리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대 조성윤ㆍ고성만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 말기 요카렌(予科練)의 제주도 주둔과 위안소 –성산 지역을 중심으로-'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봄부터 일본 본토방위작전을 의미하는 ‘결호 작전’ 지역에 제주도가 편입되면서 성산 지역에 화기와 병력이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폭탄을 실은 보트를 타고 미군 함정에 돌진하는 자살특공대원인 해군 비행 예과 연습생 ‘요카렌’ 생도들이 배치됐고, 특별한 대접을 받는 존재였던 이들을 위해 일본군이 위안소를 설치ㆍ운용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일본 해군은 미군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신요대 3개 부대를 제주도에 전략 배치시켰다. 제45신요대는 성산일출봉에, 제119신요대는 서귀포 삼매봉에, 제120신요대는 고산 수월봉 해안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성산지역에 새롭게 배치된 제45신요대의 병사들은 모두 요카렌 출신으로 16세부터 20세 전후의 청년들로 구성됐다"며 "그들은 매일 자폭용 병기인 신요 보트에 올라 일출봉 일대 해안에서 훈련을 받으며 최전선에서 미군 함정에 돌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또 당시 위안소 주변에 살았던 성산읍 주민 오시종(90ㆍ당시 15세)씨의 증언을 위안소 존재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씨는 “내가 살던 집에서 30m도 채 되지 않는 곳에 ㄱ자로 된 민가(성산리 143-10)가 있었는데, 이 곳이 위안소로 운영됐다. 나머지 한 곳은 나카무라(中村)라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히노데(日出)여관(성산리 139-2)이었다”며 “위안소에는 각각 5~7명의 여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씨는 “위안소는 요카렌 생도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 단추가 7개가 달린 특유의 제복을 입고 줄을 서 기다리고 있던 모습이 선명히 기억난다”면서 “특히 위안소에 있던 여성 1명을 1970년대 우연히 만날 수 있었는데, 제주도 말투는 썼지만 강제징발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날 정황상 성산읍에 위안소가 설치ㆍ운영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확정하기에는 아직 남겨진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조성윤 교수는 “제주에 일본군 위안소가 존재했다는 조사 결과나 연구가 아직 발표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논문의 의미는 크다”며 “연구과정에서 만난 성산 주민 6명 중 위안소의 상황을 목격하고 그 곳의 여성을 직접 만난 것은 오시종씨가 유일하지만, 그의 증언은 수차례의 인터뷰와 현지 조사, 그리고 일본 측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충분히 믿을 만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오씨의 기억과 목격담을 보강할만한 새로운 증언자를 더 찾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연구는 당시 성산의 상황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발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또한 일본 본토와 중국, 대만 등 신요대가 배치된 곳에는 위안소가 어떠한 양상으로 존재했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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