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호찌민시에서 열린 국경절 행사에서 베트남 전통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한국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으로부터 무차별 폭행 당한 사건과 관련 현지 교민, 기업들, 공관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와 한류에 이어 박항서 감독이 쌓아놓은 한국 이미지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택시를 타고 오면서 ‘한국 대사관 가자’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며 “근처 식당 이름을 둘러댔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베트남 현지 매체에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한 뒤 온라인을 중심으로 심각한 반응들이 쏟아지자 베트남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월요일을 맞아 이날 오전 하노이에 있는 대사관과 호찌민총영사관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이 사건이 단연 회의 첫머리에 올랐다. 호찌민총영사관 관계자는 “박항서 감독이 쌓은 한국 이미지를 하루 아침에 깎아먹게 생겼다는 우려가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며 “사태를 예의주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사건 발발 이후 베트남에서는 택시를 타고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밝히기가 민망할 정도가 됐다. 7일 하노이 한 택시 기사가 요금을 계산하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김한용 하노이 한국상공인연합회 회장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이번 일로 자칫 반(反)한국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이 잘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베트남에 있는 교민들은 각자가 대한민국 외교관이라는 자세로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하노이한인회 회장도 “베트남 네티즌들이 심각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박항서 감독이 2년간 공들여 쌓은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박항서 신드롬이 그동안 우리 교민과 베트남 진출 기업에 엄청난 버팀목이 됐었다"면서 "이번 일로 한국인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생기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정부가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고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