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삶과 문화] 세계화

입력
2019.07.09 04:40
31면
0 0
영화 ‘당갈’ 에서 주인공 ‘마하비르 싱 포갓’ 역을 연기한 아미르 칸(왼쪽). NEW 제공
영화 ‘당갈’ 에서 주인공 ‘마하비르 싱 포갓’ 역을 연기한 아미르 칸(왼쪽). NEW 제공

가끔 강의 제의가 들어올 때가 있다. 제대로 된 국문과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 소설 강의는 다소 부담스럽다. 그 때문에 예의를 갖춰 고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강의 내용이 소설에 관한 것보다는 콘텐츠의 해외 진출에 관한 강의를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 소설이 대부분 해외를 배경으로 하고 몇 번 해외 판권 계약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해외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많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사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의 소설 시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게임을 비롯해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두껍고 무거운 소설책은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는 추세다. 그러니 작가들이 한국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맡게 되고 질문을 받으면 십중팔구 둘 중 하나다. 첫 번째는 해외진출을 위해 작품 소재를 어떻게 개발하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떻게 해외 시장에 접근하느냐이다. 첫 번째 질문이 들어오면 나는 인도의 제작자이자 배우인 ‘아미르 칸’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한다. 아미르 칸은 인도 최고 배우인데 그가 제작한 영화 ‘당갈’이 인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당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자 레슬러에 관한 영화인데 가능성을 알아본 디즈니가 전 세계 배급을 맡았다. 당갈이 흥행하자 한 기자가 아미르 칸에게 물었다.

‘당갈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아미르 칸이 대답했다. ‘나는 세계적으로 흥행하기 위해 따로 고민하진 않습니다. 그저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지 고민할 뿐입니다.’

나는 이보다 더 명확한 대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소재라면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도 세계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예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드라마 ‘대장금’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조선시대 수라간 나인의 일대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세계로 팔려나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놀라운 건 저 멀리 이란에서 무려 8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우리와 전혀 다른 문화권이라고 느껴지는 중동에서 엄청난 시청자를 끌어들인 것이다. 거기에는 분명 아미르 칸이 말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보편적인 감동이 있기 때문이리라.

두 번째 질문은 솔직히 나에게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라고 대답한다. 한국 문화의 세계화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언어다. 특히 소설 같은 경우는 드라마나 영화와는 달리 전달 매체가 온전히 문자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의 문자는 아직 세계화되질 못했다. 고로 번역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번역 역시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좋은 번역가를 만나야 하며 번역가와 많은 상의를 통해 제대로 내 의도를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상당한 금액의 번역비가 필요하다. 고로 금전적으로 넉넉지 못한 신인 작가에게는 커다란 산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번역 후에도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 세계 각국의 출판과 문화산업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명확지 않으며 발견한다 해도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 이를 지원해줄 시스템은 거의 전무하다. 그러므로 신인 작가의 해외 진출은 멀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한 가지 확신을 갖고 있다. 만약 나의 콘텐츠가 훌륭하다면, 아미르 칸의 말대로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분명 길은 있다고. 그리고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기도 한다고. 고로 나는 이 말로 강의를 마무리한다.

‘길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내 안에서 작품의 길을 찾아낸다면 그 길은 분명 세계로 이어져 있을 거라고.’

장용민 작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