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아래 일본 정부의 언론 대응이 ‘권위주의 국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자가 정부 관계자에게 질문을 많이 하면 특이해 보일 정도로 언론 자유가 크게 악화했다는 지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일본은 언론 자유가 헌법에 소중히 간직된 현대 민주주의 국가지만, 정부는 때때로 권위주의 체제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한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일부 기자의 기자회견 접근을 거부하거나, 정치인과 언론사 간부 사이의 사교적인 관계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기자들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NYT는 특히 일본 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기자클럽(기자단)’ 문화를 소개했다. 기자클럽에서 배제되면 회견에 참석할 수 없고 정부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기자들이 정부 관료와 대립하는 상황을 피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도쿄 교외에서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수사당국은 기자클럽에 속하지 못한 기자들의 브리핑 참석을 불허하고 기본적인 사실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언론 환경에 기자가 ‘질문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유명세를 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쿄신문 사회부의 모치즈키 이소코(望月衣塑子) 기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학 스캔들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23회나 비슷한 질문을 반복하는 등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정례 기자회견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여 일본 언론계의 ‘민중 영웅(folk hero)’에 등극했다. 모치즈키 기자를 주인공의 모델로 한 영화 ‘신문기자(新聞記者)’ 가 지난달 개봉했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스가 장관은 최근 모치즈키 기자의 질문에 “난 당신의 모든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고 그대로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국무조정실 보좌관이 모치즈키 기자가 질문을 하면서 ‘사실과 다른 오류’를 만든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하는 글을 기자단에 보내기도 했다.
일본의 언론 자유 수준은 지난 2012년 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뒤 급격히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매년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 평가에서 일본은 2011년 32위였지만 올해 67위로 하락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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