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씩’ 합의 깨고 “6개월 더 하겠다” 입원 농성 중
자유한국당 3선 중진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박순자 의원은 요즘 ‘입원 농성’ 중이다. 민생을 위해서도, 정책을 위해서도, 하다못해 당을 위해서도 아니다. “국토위원장을 6개월 더 하고 싶어서”란다.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이 입원까지 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국토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상임위원장은 ‘국회의원의 꽃’이라 불린다. 중진 의원들 간 경쟁이 워낙 심해 2년 임기를 6개월~1년씩 쪼개 여러 의원들에게 기회를 주곤 한다. 20대 국회 하반기 국토위원장은 자유한국당 몫으로, 지난해 초 원 구성 협상 때 박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나란히 출사표를 냈다. 두 사람은 당내 경선을 하는 대신 위원장을 1년씩 맡기로 합의했고, 박 의원이 지난해 7월 임기를 먼저 시작했다.
약속대로 하면 박 의원의 국토위원장 임기는 올해 7월까지다. 한국당은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홍 의원을 국토위원장 후보로 추인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박 의원이 돌연 약속을 깨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달 말부터 경기 안산시 고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한 측근은 7일 “건강 악화 때문에 입원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퇴원 계획이 없다”고 했다.
당내에선 박 의원의 갑작스러운 입원을 국토위원장 임기 연장을 위한 꼼수라고 보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위원장이 스스로 내려놓지 않는 한 강제로 사퇴시킬 수 없기 때문에 박 의원이 ‘사퇴 공세’를 피해 국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박 의원의 주장은 대략 이렇다. “국회법이 상임위원장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입법기관인 국회가 이를 존중해야 한다. 19대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을 지낸 홍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한 번 더 맡는 것은 관례를 깨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대로라면, 박 의원이 지난해 국토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는 합의에 응한 것 자체가 모순이다. 박 의원은 자신이 여성친화정당을 표방하는 한국당의 유일한 여성 위원장인만큼 자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자신이 국토위원장을 6개월 더 하고 홍 의원에겐 남은 6개월을 양보하겠다는 일방적 중재안을 내놨다. 박 의원이 ‘6개월 연장’을 내건 것을 놓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을 챙기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위원장은 철도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챙기는 데 유리한 자리다.
그러나 박 의원의 버티기는 오래 가지 못할 전망이다. 명분도 떨어지고, 당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버틸 경우 당 지도부가 징계를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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