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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트럼프 트위터만 쳐다볼 일 아니다

입력
2019.07.08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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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사카=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사카=AP

미국에서 트위터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자는 줄고,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영향력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트위터 특유의 촌철살인 140글자를 읽는 즐거움은 영상 중심의 유튜브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 에디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12세 이상 미국인의 트위터 사용 비율은 2017년 23%에서 지난해 21%, 올해는 19%로 전반적 하향세다. 전 세계 이용자 수도 3억3,000만명 선에서 정체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트위터의 위상은 독특하다. 한국의 외교안보는 트윗 하나에 웃고 운다. 특별한 트위터 애용자 한 명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사랑은 유명하다. 미국 폴리티코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은 2,843건에 달했다. 하루에 8건 꼴이었다. 2019년 들어서도 그의 트윗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4월 러시아스캔들 특검보고서 공개 직후 하루에 52건이나 트윗, 리트윗(인용) 한 적도 있다.

이번에도 트윗으로 폭탄을 터뜨렸다.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저녁이면 한국을 찾을 예정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아침 일찍 트윗을 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것(트윗)을 본다면 그곳(한국)에 있는 동안 나는 비무장지대(DMZ)/경계에서 그를 만나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토요일 아침부터 회사 업무 카톡방이 카톡거리기 시작했다. 다음날 역사적인 판문점 남ㆍ북ㆍ미 정상 회동까지 숨쉴 틈 없이 뉴스가 이어졌다. 덕분에 한국의 기자들, 특히 외교안보와 국제부 담당 기자들은 앞으로도 트위터 계정을 폭파할 수가 없게 됐다.

트럼프 트윗 나비효과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꽉 막혔던 한반도 평화의 숨통이 트였지만, 그리 개운하지는 않다. 진중하지 못한 그의 트위터 정치에 언제까지 의존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에서다. 판문점 회동 과정에서 깜짝 원맨쇼는 끝까지 아슬아슬했다. 평화의 기초가 허약한 상황에서 트럼프식 즉흥외교로 과연 북핵 문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한일 갈등 해법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미국의 중재 역할을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하나로 혹시 일본이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까 기대도 한다. 그러나 1945년 해방 후 미국은 언제나 한일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지만 제대로 중재를 한 적은 없다. 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때 그랬고, 65년 한일협정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강하게 버티는 일본보다는 만만한 한국의 양보를 유도했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올릴 수 있는 트윗이라곤 “곧 한일 간에 좋은 일이 있을 거다. 지켜보자”라는 뻔한 말일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끈기와 전략적 사고다. 감정적 행동은 판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아베 정부와 일본 국민 전체를 동일시해 반일감정을 키워가는 방식은 하수 중 하수다. 트와이스 일본인 멤버 사나에게 “너네 나라 일본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유치한 대응으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

냉정을 잃어서도 안 된다. 2012년 8월 느닷없는 독도행으로 한일관계를 얼어붙게 하고, 일본을 계속해서 압박할 우리의 히든카드를 날려버렸던 이명박 전 대통령(MB)식 무모함은 절충 지점을 불사른 악수였다. 동시에 호들갑도 금물이다.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로 당장 한국 경제의 숨통이 끊긴다는 보도는 과장이다. 하루 이틀에 결판 날 싸움이 아닌 만큼 체력을 보강해가며 안팎의 여론을 우호로 확보하고 장기전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여유와 역량이 돋보일 때 트럼프도 트윗 하나 날리며 한국을 거들어 주지 않을까. “헤이, 아베…”

정상원 디지털콘텐츠부장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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