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오픈 준결승 마룽에 분패… “탁구 대표팀, 중국 많이 따라잡아”
“이번 부산 코리아오픈은 제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대회였어요. 팬들에게 기를 많이 받은 만큼 내년 도쿄올림픽은 진짜 더 이상은 못하겠다 할 정도로 열심히 해볼게요.”
정영식(27ㆍ미래에셋대우ㆍ20위)의 코리아오픈 우승 도전은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그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큰 대회를 앞두고는 늘 디데이를 하나하나 셌다는 정영식은 “내년 도쿄올림픽이 정확하게 383일 남았다”며 오히려 의지를 불태웠다.
국제탁구연맹(ITTF) 2019 신한금융 코리아오픈 남자단식 준결승 정영식과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룽(31ㆍ5위)의 경기가 열린 7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오전 10시 경기였지만 한국 남자 탁구의 간판 정영식을 응원하기 위해 3,000여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정영식의 선전을 바라는 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인지 역대전적 7전 전패의 마룽을 상대로도 정영식의 발놀림은 가벼웠다. 지난달 일본 삿포로에서 열렸던 일본오픈 16강에서 세트스코어 3-4으로 패하긴 했지만 좋은 경기를 펼쳤던 기억도 남아있었다. 1세트에서 3-5로 리드를 크게 내주며 첫 세트를 빼앗긴 정영식은 2세트부터 힘을 냈다. 2세트 4-2로 앞선 상황에서 정영식의 양쪽 구석을 찌르는 드라이브가 살아났다. 당황한 마룽이 실수를 범하며 연속 5득점으로 승기를 잡았다. 세트를 따낸 정영식이 포효하자 관중들도 환호로 응답했다.
하지만 3세트부터 마룽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정영식이 연속 스매시로 5-3으로 앞서갔지만 마룽이 집요하게 백핸드 드라이브 랠리에서 밀리지 않으며 정영식의 범실을 유도했다. 7점을 연속으로 내준 정영식은 3세트를 뺏긴 뒤 4,5세트마저 마룽에게 내주며 1-4(7-11 11-5 7-11 6-11 9-11)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영식은 “이번 대회 전 목표가 중국의 판정둥과 마룽을 이겨보는 것이었는데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정영식은 오른손 셰이크핸드 최강인 중국의 판정둥(22ㆍ3위)과 마룽에 13전 전패로 열세였다. 하지만 전날 열린 8강에서 전 세계랭킹 1위이자 내년 도쿄올림픽의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인 판전둥을 4-2로 제압하며 귀중한 첫 승을 올렸다. 정영식은 “두 선수의 경기를 많이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이길 방법을 항상 연구하고 있는데 이번 대회로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선 중국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올해 코리아오픈 남녀단식 준결승 진출자 8명 중 유일하게 비중국 선수였던 정영식은 이제는 중국 선수들과 해볼 만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이)상수형, (장)우진이와 함께 10년 넘게 국가대표 생활을 하면서 쌓은 경험으로 전술, 전략과 심리적인 부분 등이 올라오며 많이 따라잡았다“고 당차게 말했다.
정영식은 “한국 최대의 강점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상수(29ㆍ삼성생명)와 장우진(24ㆍ미래에셋대우), 안재현(20ㆍ삼성생명) 등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세계대회에서 활약하는 배경에도 대표팀에 “한 번 해보자”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 탁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경기 후 탁구 인기를 실감하듯 수많은 팬들이 정영식에게 몰려들어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정영식은 “외국대회 나가도 이번 대회처럼 열광적인 응원을 받는 것은 흔치 않아 큰 감동을 받았다”며 “최근 탁구에 메달이 없는데도 비난이 아닌 사랑을 주시는 만큼 올림픽 때 꼭 금메달을 따 감동을 주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부산=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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