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롭힘 신고 무시한 사용자 3년 이하 징역·3000만원 이하 벌금
법 시행 1주일 앞두고 설문조사 10명 중 7명이 “변화 없다” 응답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20대 여성 김아랑(가명)씨는 매일 30분 일찍 출근해 청소를 한다. 직장 상사가 월요일은 바닥 쓸기, 화요일은 대걸레질 하기, 수요일은 책상 걸레질 하기 등으로 ‘요일별 맞춤 청소’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내 업무가 아니지만 청소 외에도 커피 타기, 핸드폰 고장 수리 맡기기도 모자라 안마까지 해달라고 한다”며 “불합리한 상사 지시 때문에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이달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감수성이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직장갑질 실태 및 감수성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현재까지 ‘직장 내 괴롭힘’ 문화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5일간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개정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직급, 연령 등이 우위에 있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심부름을 시키거나 폭언 등으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면 누구든 이를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만약 사용자가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 시행일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장의 준비는 미흡하다. 직장갑질 119 설문조사 결과 법 통과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생각하는 응답은 31.9%에 그쳤다. 이 법안이 16일부터 시행된다는 사실도 직장인 3명 중 1명(33.4%)만 인지하고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1.1%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가 법 시행 사실과 법 개정에 따라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하는 걸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들의 ‘직장 내 괴롭힘 감수성(직장갑질감수성)’ 평균 점수도 5개 등급 중 하위권인 D(100점 만점 기준 68.4점)에 머물렀다.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30개 문항으로 조사한 것인데 ‘갑자기 일을 그만둬 버린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항목은 43.7점에 불과했다. 개인사정으로 갑자기 일을 그만둔 직원에게 책임을 따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일을 못하는 직원이라도 권고사직을 하면 안된다’, ‘맡겨진 일을 다 못해도 반드시 시간 외 근무를 할 필요는 없다’는 항목에도 공감능력이 떨어졌다. 직장 내 괴롭힘 감수성은 여성이 70.9점으로 남성(66.4점)보다 4점 이상 높았고, 20대(68.4점)가 50대(66.3점)보다 2점 가량 높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개별 사업장에서도 직장 괴롭힘에 대한 신고와 처벌을 단호하게 하자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취업규칙 변경과 관리자 매뉴얼 등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직장 괴롭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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