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모라우, 한국 사회상 담은 ‘쌍쌍’ 19일 무대에
“움직임을 개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잊지 말아야 해요.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무언가를 창조하는 시늉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동시대를 반영할 수 있죠.”
스페인 출신 마르코스 모라우(37)는 자신이 23세에 창단한 무용단 라 베로날과 함께 세계 곳곳으로부터 초청받는 안무가다. 독창적인 움직임과 장르를 넘나드는 자신만의 예술언어로 주목받는 그가 강조한 건 오히려 작품 외부에 있었다. 그는 현 시대를 예술작품으로 번역하려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가의 역할을 위해 모라우는 한 달 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 이달 19~21일 초연을 앞두고 있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쌍쌍’ 안무를 맡았다. 4일 저녁 서울 강남구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관객들과 미리 만난 모라우는 ‘쌍쌍’에 한국의 어떤 모습을 작품 속에 담아낼지 들려줬다.
‘쌍쌍’ 포스터에는 깨진 거울 이미지가 담겨 있다. 무대 위 작품 역시 거울을 바라보는 여성 무용수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거울에 반사된 모습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모라우는 ‘쌍쌍’이 “우리가 생성하는 스스로의 이미지에 대해 40분 간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라우는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염려하는 스페인의 사회적 분위기를 서울에서도 발견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저는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셀프카메라를 자주 찍는 걸 보고 놀랐어요. 항상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고 완벽해 보이려는 양상과 닿아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무대 위의 거울은 우리를 반영하는 휴대폰과 같은 역할을 할 거예요.”
‘쌍쌍’에는 한국의 전통적 요소도 등장한다. 모라우는 갓과 부채를 중요한 소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그는 “부채는 스페인의 전통 요소이기도 한데 지구 반대편인 한국 무용수가 사용할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것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쌍쌍’이라는 제목도 쌍둥이나 커플과 같은 복제의 의미를 담은 한국어로 직접 선정했다.
모라우와 라 베로날은 예측 불가능한 작품을 추구한다. 논리적이기 때문에 그 다음 동작이 예상되는 안무가 아니라, 더 복잡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모라우의 목표다. 그는 무용수들에게 신체 관절 하나하나가 얼마나 다양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움직임의 가능성을 탐구해보기를 요구한다.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려는 욕망과 싸우라”고 다그치는 모라우의 안무는 아름다움과 괴기스러움이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한 데 어우러져 있다. 이런 특징은 그가 리듬체조에 매료돼 안무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과 무관치 않다.
모라우는 안무뿐만 아니라 의상과 음악, 무대연출까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예술감독이다. 영화, 문학, 음악, 미술 등 모든 예술 장르가 그의 영감이다. 모라우는 “음악이든 움직임이든 모든 걸 한 데 엮어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되고 있는 21세기 관객에게 풍부한 감정과 의미를 전달하려면 다양한 요소를 한 데 어우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관객에게 “무대 위에 담긴 새로운 세계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13년, 2017년 서울세계무용축제를 통해 한국을 찾았던 모라우가 한국 무용단과 협업하기는 처음이다. 국립현대무용단 무용수 13명이 ‘쌍쌍’ 무대에 오른다. 모라우의 안무 스타일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레퍼토리 ‘코바’도 함께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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