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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픈 출전 앞둔 황인춘 “컷 통과 목표지만 우승도 상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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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픈 출전 앞둔 황인춘 “컷 통과 목표지만 우승도 상상하죠”

입력
2019.07.08 0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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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2위 오르며 출전 자격… 45세 나이에 7~8시간씩 맹훈련

“롱런의 비결은 스트레칭 습관… 최선 다해 중년들에 희망 주고파”

생애 첫 디오픈 무대 도전을 앞둔 황인춘이 4일 강원 원주시 오크벨리CC에서 훈련을 위해 피라미드처럼 쌓은 골프공을 옮기고 있다. 원주=김형준 기자
생애 첫 디오픈 무대 도전을 앞둔 황인춘이 4일 강원 원주시 오크벨리CC에서 훈련을 위해 피라미드처럼 쌓은 골프공을 옮기고 있다. 원주=김형준 기자

중년 프로골퍼 황인춘(45ㆍ디노보)은 요즘 폭염 속에서도 하루 7,8시간씩 맹훈련을 펼친다. 예년 같았으면 긴 시즌 중간 꿀 같은 휴식을 취할 때지만, 18일(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로얄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2019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망신은 안 당할까’ 걱정 돼 열심히 연습한단다.

4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황인춘은 이날도 연습타석에서 피라미드처럼 쌓인 골프공을 몇 판이고 해치운 뒤, 뜨거운 햇볕아래서 라운딩까지 소화하며 샷 감각을 점검했다.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는 되레 “신난다”며 웃었다. “디오픈에 나서는 게 엄청 설레면서도 걱정도 크다”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 그는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어 연습을 쉴 수가 없다”고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45세쯤 되면 체력과 샷 감각이 떨어져 은퇴할 줄 알았다던 그는 지난달 23일 끝난 한국오픈에서 2위에 오르며 꿈에 그리던 디오픈 무대를 밟게 됐다. 태국의 재즈 제인와타나논드(24)에 한 타 뒤져 우승은 놓쳤지만, 디오픈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황인춘은 “디오픈 출전을 확정한 날 연습생 시절을 시작으로 고생했던 순간들을 차근히 되돌아보게 됐다”며 “오랜만에 스스로를 칭찬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롱런 비결은 스트레칭. 이날도 훈련을 쉴 때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던 그는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습관적으로 스트레칭을 하면 유연한 스윙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황인춘이 4일 강원 원주시 오크벨리CC에서 훈련 전 스트레레칭을 하고 있다. 원주=김형준 기자
황인춘이 4일 강원 원주시 오크벨리CC에서 훈련 전 스트레레칭을 하고 있다. 원주=김형준 기자

또 하나. 뚜렷한 목표와 꾸준한 노력이다. 황인춘은 정확히 20년 전 ‘KPGA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품고 꽤나 안정적인 수익을 얻었던 골프강사 생활을 접고 골프장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 선배를 통해 소개받아 들어온 곳이 바로 오크밸리CC다. 그는 “아주 적은 일당을 받고 필드 잡초를 뽑거나 카트를 정리하는 등 궂은일을 도와야 했지만 여기서 먹고, 자고, 골프연습도 실컷 할 수 있어 행복했었다”며 “디오픈이란 또 다른 꿈을 위해 다시 이 곳을 찾았다”고 했다.

디오픈 목표 또한 현실적이다. 그는 “컷 통과만 하면 일단 목표는 이루는 셈”이라고 했다. 대회가 열릴 로얄 포트러시GC는 해안지대에 만들어진 링크스(Links) 코스라 바람이 심하고 날씨도 변덕스러워 자칫 프로도 아마추어 같은 성적을 내곤 한다. 바람 영향을 덜 받도록 상대적으로 낮은 샷을 구사해 공을 굴려서 홀에 접근시키는 전략을 익히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의 친구들 역시 ‘우승’같은 다소 허황된 응원보단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라”거나, “실력만큼만 하고 오라”며 현실적인 말로 격려한단다. 황인춘은 그럼에도 “꿈이야 얼마든지 꿀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머릿속에 우승하는 모습도 그려봤다”고 했다.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 어떠한 꿈을 품고 있는 중년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다.

황인춘이 지난달 21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제62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2라운드에서 디오픈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바라보고 있다. KPGA 제공
황인춘이 지난달 21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제62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2라운드에서 디오픈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바라보고 있다. KPGA 제공

황인춘은 12일 디오픈이 열리는 북아일랜드로 출국한다. 여행으로도 한번도 가보지 못한 유럽의 땅을 밟는 소감을 묻자 걱정부터 늘어놨다. 유럽 생활을 해 본 친구나 동료 선수들로부터 정보를 얻었다는 그는 “한국사람들에겐 그곳 음식이 맞지 않는단 얘길 듣고 즉석밥을 시작으로 다양한 한식 포장 제품을 챙기고 있다”며 “대회 일정 직전에 출국해 끝나자 마자 귀국하는 일정이라 여행은 꿈도 못 꾸지만, 디오픈을 마친 뒤 꼭 가족들과 휴가를 다녀오고 싶다”고 했다. 일단은 동남아 등 가까운 곳을 계획 중이지만 “디오픈 성적이 좋으면 행선지가 미국이나 유럽으로 바뀔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품어둔 꿈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원주=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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