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감식 “지지대ㆍ기둥 손상 탓 추정”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가 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고 현장에서 5일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잠원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발생 이틀째인 5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감식이 실시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를 포함한 구청ㆍ소방ㆍ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팀 25명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잠원동 사고현장에서 붕괴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1차 감식을 벌였다. 감식팀은 약 30분간 자료를 검토한 뒤 현장 보존 사진을 찍고 잔해를 살펴보며 감식에 들어갔다. 감식팀은 정확한 붕괴 지점과 철거 과정에서의 안전규정 준수 여부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식팀은 이날 1시간 30여분간 벌인 뒤 “현장 감식 결과, 포크레인 기사 진술, 폐쇄회로(CC)TV 등 수사사항 등을 종합한 결과, 철거작업 중 가설 지지대 또는 지상 1, 2층 기둥과 보가 손상되어 건물이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가 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고 현장에서 5일 경찰 관계자 등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는 전날 오후 2시 23분쯤 철거 작업 중이던 지상 5층ㆍ지하 1층 건물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인근을 지나던 차량 3대가 건물 외벽에 깔려 4명이 사상했다. 이 중 승용차 1대에 타고 있던 여성 이모(29)씨가 숨지고 남성 황모(31)씨는 중상을 입었다. 이들이 결혼을 앞둔 연인이었고 함께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 사고를 두고 건축 전문가들은 안전조치가 좀 더 돼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붕괴 현장 앞에서 만난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건축물 해체 시에는 ‘제 3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데, 이번 사고에서는 제 3자의 안전을 확보할 만한 장치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물 뒤쪽에 있는 철거 잔여물들을 치워놓지 않았기 때문에 외벽이 도로 방향으로 무너진 것인데 이는 잔여물들만 제 때 치웠다면 막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물이 예기치 않게 무너졌다고 하더라도 잔해가 공사장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치가 돼 있었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뜻이다. 실제 이날 붕괴 현장 뒤쪽으로 철거된 구조물 더미들이 건물 2~3층 높이로 쌓여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가 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고 현장에서 5일 경찰 관계자 등이 현장 감식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며칠 전부터 시멘트 조각이 떨어지는 등 붕괴 전조 증상이 있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안 전 학장은 “사고 전날 가만히 있던 콘크리트 잔여물이 떨어졌다면, 건물이 일부 움직였다는 뜻”이라며 “안전관리 책임자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즉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적법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인지하고 있었는지 조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건물이 철거 전 안전심의에서 재심 끝에 조건부 의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당시 구청에서 달았던 조건들이 재대로 지켜졌는지 여부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건물주는 지난달 3일 1차로 해당 건물을 철거하겠다고 신청했다. 이 때 건물주는 지상과 지하를 한꺼번에 철거하겠다고 신청했지만, 구청 측은 “지하 층은 그대로 두는 게 좋겠다”고 판단, 신청을 반려했다. 2주뒤 건물주가 지하층 보강 계획을 붙여 재차 심의를 신청했고 그대로 통과됐다. 현행법상 건물 철거는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로 돼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철거할 경우 ‘철거 심의’를 받아야 한다. 구청 관계자는 “재심의 과정에서 공사장 상부 지지대 설치, 철거 잔재 당일 반출 등 조건을 달았다”라며 “향후 경찰과 소방당국의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차 감식을 끝낸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키 위해 붕괴 잔류물을 제거하며 2차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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