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등으로 수출규제 확대 우려… 2분기 영업이익 6조5000억 1년새 반토막
일본 아베 정부의 핵심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는 사실상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국내 산업과 수출 내 비중이 절대적인 삼성전자의 영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일본의 압박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평소 삼성전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당장 국내 반도체 업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최근 과도한 공포 분위기와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당장 생산 차질 가능성은 낮아”
5일 각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일본의 규제 대상에 포함된 소재들은 당장 삼성전자의 생산에 차질을 줄만한 파급력이 크지 않다. 앞서 일본 정부는 4일부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부품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와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TVㆍ스마트폰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강화했다.
이 중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종류가 다양하다. 현재 D램 공정에 필요한 불화아르곤(ArF) 레지스트와 3D 낸드플래시에 쓰이는 불화크립톤(KrF) 레지스트는 이번 규제 대상에서 빠져 당장의 타격은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 규제 대상 소재 중 우리 기업들이 신경 쓸 품목은 ‘극자외선(EUV) 레지스트’다. 아직까진 수요가 크지 않지만, 삼성전자의 차세대 사업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 필요한 소재로 알려져 있다.
에칭가스는 상대적으로 일본 업체의 점유율이 높지 않고, 수입 경로가 다양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의도는 당장 생산에 차질을 주기보다, 자국의 첨단 기술력을 정치 협상용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3일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주요 소재ㆍ부품의 국산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기업들에겐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 땐 다른 문제”… 2분기 실적은 반등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세계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또 다른 반도체 소재 ‘웨이퍼’나 ‘블랭크 마스크’ 등으로 규제가 확대되는 상황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 실적도 하향세이기 때문에 정부가 조속히 대처해 무역규제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이 56조원,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1분기(6조2,300억원)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1년 전(작년 2분기 14조8,700억원)에 비하면 56.3%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12조7,300억원) 역시 작년 상반기(30조5,100억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이는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 사업 부진의 여파다. 길어지는 반도체 시장 불황에 업계에서는 2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을 1분기보다도 20% 감소한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량 증가 등에 힘입어 2분기 디스플레이 사업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예상되고, 에어컨 성수기 효과 등으로 선전한 가전 사업이 반도체 부진을 상쇄하는 모양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76% 하락한 4만5,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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