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이세돌 9단, 커제 9단과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국서 패한 직후 깜짝 은퇴 발표 
 우여곡절 끝에 9월 개막 예정인 ‘2019 KB바둑리그’, 전년과 달라진 점은 
 박영훈 9단의 통산 1000승 달성에 ‘26승’ 남아…가시권에 들어와 
 ‘밀레니엄 둥이’ 신진서 9단의 주요 세계대회 첫 우승 또한 초미의 관심사 

지난해 말 터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태 여파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국내 바둑계는 올해 상반기 내내 신음했다. 미투로 얼룩진 바둑계는 홍석현 전임 한국기원 총재의 중도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불안한 수순을 이어갔다. 예년 같으면 상반기에 출범했어야 할 ‘KB국민은행 바둑리그’조차 파행됐다. ‘KB리그’(2018년 총 상금규모 34억원)는 국내 바둑계의 젖줄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최근 한국기원의 신임 총재 선임과 더불어 멈춰 섰던 KB리그 개막 소식이 전해진 건 불행 중 다행이다. 주요 세계 기전인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15만달러·약 1억7,700만원)에서 박정환(26) 9단이 박영훈(34) 9단을 누르고 전한 형제 대결 우승은 희소식으로 알렸다.

하반기 역시, 국내 바둑계는 숨가쁘게 돌아갈 것으로 점쳐진다. 잇따른 주요 세계대회 결승전에서부터 뒤늦게 9개팀으로 출발한 ‘KB리그’ 전망과 주요 선수들의 달성 가능한 기록까지 살펴볼 대목이 적지 않다. 이미 ‘다사다난’으로 예약된 올해 하반기 바둑계 관전포인트를 미리 짚어봤다.

이세돌(오른쪽) 9단이 올해 3월 중국 커제(22) 9단과 벌인 ‘3.1운동 100주년 기념 블러드랜드배 특별대국’에서 패한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이세돌 9단, 공언한 ‘은퇴’ 감행하나 

우선, 국내 바둑계 간판 스타인 이세돌(36) 9단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올해 3월 중국 커제(22) 9단과 ‘3.1운동 100주년 기념 블러드랜드배 특별대국’(우승상금 6,000만원)에서 패한 직후 깜짝 발표한 ‘연내 은퇴’ 선언 때문이다. 당시 이세돌 9단은 “승부사로서의 활약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올해를 끝으로 장기휴직이나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현역 선수 마감을 예고했다. “여섯 살에 바둑을 시작하고 1995년에 프로에 입단했다”고 밝힌 이세돌 9단은 “시간이 꽤 흘렀다”며 “(커제 9단을 가리키면서) 이런 좋은 후배 기사들에게 앞으로 이기기 힘들겠다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지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세돌 9단의 은퇴 선언은 대부분의 국내 언론에 보도됐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세돌 9단은 한국 바둑계의 ‘국민돌’로 각인돼 있다. 일단, 화려한 경력이 압권이다. 이세돌 9단이 현재까지 주요 세계대회에서 수집한 우승컵만 18개다. 국내대회 우승 트로피는 32개에 달한다. 초일류급 기사에서 내려올 무렵이었던 3년 전,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세기의 맞대결로 또 다시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1승4패로 마감하면서 거둔 1승은 지금까지 인간과 알파고의 공식 맞대결 가운데 기록된 유일한 승리로 남아있다. 이세돌 9단의 통산전적은 1322승3무573패(승률 69.76%)를 기록, 국내 랭킹 10위(7월 기준)에 올라 있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아직까지 현역 기사로서의 경쟁력은 충분하단 점에서 이세돌 9단의 거취엔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이세돌 9단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은퇴의 길로 들어서든, 현역 연장으로 돌아서든, 국내 바둑계엔 또 다른 화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KB국민은행 바둑리그’ 개막식에서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우여곡절 끝에 출범할 ‘2019 KB바둑리그’ 향방은 

국내 모든 프로바둑 기사들의 관심사는 역시 ‘KB리그’에 있다. 오랜 산고 끝에 9월 개막 소식을 알린 ‘2019 KB리그’는 9개팀이 참가한다. 총 37억원(KB리그 34억원, 퓨처스리그 3억원) 규모로 열릴 올해 KB리그엔 기존 GS칼텍스와 포스코케미칼, KGC인삼공사, 화성시코리요, 한국물가정보 등을 비롯한 기존 5개 팀에 셀트리온 및 토탈스위스코리아, 합천군, 홈앤쇼핑 팀이 신생팀으로 합류했다. 9월2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정규리그는 18라운드(72경기, 360대국)로 지난해(56경기, 280대국)에 비해 경기 수가 증가했다. 참가팀이 지난해 8개에서 올해는 9개로 늘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2시간짜리 장고바둑의 등장이다. 최근 KB리그가 속기화되면서 대부분 2시간 이상이 제한시간인 주요 세계대회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단 바둑계 내부 목소리가 반영된 모습이다. 나머지 4판은 기존과 동일한 제한시간 1시간(초읽기 1분 1회) 1판과 제한시간 10분(초읽기 40초 5회)의 속기 바둑 3판으로 진행된다. 셀트리온 및 토탈스위스코리아, 합천군, 홈앤쇼핑 등을 포함한 신생팀과 감독 교체와 함께 분위기 쇄신에 나선 KGC인삼공사의 활약 여부가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KB리그 우승상금은 2억원이고 준우승은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으로 정해졌다. 이와 별도로 지급될 대국료의 경우 각자 제한시간이 1시간과 2시간씩으로 정해진 장고 1∼2경기 승자에겐 350만원이, 패자에겐 70만원이 각각 주어진다. 각자 제한시간이 10분씩으로 규정한 속기 대국은 승자 310만원, 패자 60만원의 대국료가 책정됐다. 한편 2부리그격인 퓨처스리그의 우승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 1,200만원, 3위 600만원이다. 장고 대국(승자 55만원, 패자 25만원)과 속기 대국(승자 40만원, 패자 20만원)의 대국료가 별도로 지급된다

신진서(오른쪽) 9단이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렸던 ‘제31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 결승전에서 중국의 딩하오 6단에게 승리한 직후, 복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하반기, 주목할 기록과 선수는 

하반기 대기록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온 기사는 박영훈 9단이다. 박영훈 9단의 현재 통산 성적은 974승469패(승률 67.52%). 대망의 1000승 달성까지 26승만 남았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최근 ‘춘란배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 등의 꾸준한 상승세를 감안하면 기록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박영훈 9단은 하반기에 잇따라 예정된 주요 세계대회와 KB리그 등의 국내 기전 출전이 유력하단 점에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만약 연내 목표 달성에 성공할 경우, 통산 1000승을 돌파한 10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밀레니엄 둥이’(2000년 출생)인 신진서(19) 9단의 세계대회 첫 우승 여부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신진서 9단은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올해 41승9패(승률 82%)를 기록 중인 신진서 9단은 현재 17연승 중이다. 주요 세계기전으로 볼 순 없지만 신진서 9단은 지난달 ‘제31회 TV바둑아시아선수권대회’(우승상금 250만엔·한화 약 2,700만원)도 접수했다. 신진서 9단은 국내 랭킹 점수 또한 1만75점으로, 국내 랭킹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점수로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신진서 9단의 연내 세계대회 우승 타이틀 획득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란 얘기다.

국내 여자프로바둑계의 절대지존인 최정(23) 9단의 상승세 또한 눈 여겨 볼만한 관전포인트다. 올해 46승8패(승률 85.18%)를 기록 중이다. 승률의 경우엔 최정 9단이 남·녀 통합 국내 랭킹 1위다. 올해 상반기 승률 부분에선 생애 첫 1위도 거머쥐었다. 랭킹도 꾸준한 상승세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최정 9단은 이달 기준, 국내 랭킹을 전월대비 4계단 상승한 23위까지 끌어올렸다. 평소 “국내 랭킹 20위권내 진입하는 게 목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최정 9단의 공언이 현실로 다가온 모양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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