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토미데이트, 도매업체ㆍ병원 등 정상납품 꾸며 빼돌려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에토미데이트’가 서울 강남 유흥가에 급속히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포폴이 사회문제화되자 대체제로 에토미데이트가 쓰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빚기도 했던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 개발 이전에 쓰이던 전신마취제다.
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처음 에토미데이트 흔적이 나타난 건 지난 1월 한 여성의 사망 사건이었다.
당시 강남의 한 모텔 욕조 안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없었고 여성의 몸에서 에토미데이트가 나왔다. 에토미데이트는 수입품이라 그 뒤 국내에서 개발ㆍ생산된 프로포폴에 밀려난, 최근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마취제였다.
경찰은 이 약물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다 “최근 강남권 유흥업 종사자들 사이에 에토미데이트가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이 약만 전문적으로 파는 일명 ‘주사 삼촌(중간 유통업자)’이 있다”는 등의 첩보를 입수, 수사를 확대했다. 지난 5월 A(39)씨 등 중간 유통업자 2명을 붙잡아 구속했다.
A씨 등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팔아치운 에토미데이트는 1만7,400앰플(1,740박스), 4억 1,000만원어치에 달했다. 강남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타깃 고객층으로 설정, 광고문자를 선별적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인기 덕에 처음에 앰플당 4,700원 하던 것이 나중에는 개당 1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에토미데이트가 이렇게 손쉽게 유통될 수 있었던 것은 의약품도매업체, 제약사 직원, 병원 간 ‘검은 커넥션’ 때문이었다.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 B씨, 병원 관계자 C씨는 병원에 정상 납품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빼돌린 약물을 제약사 직원을 통해 A씨 같은 유통업자에게 팔아 넘겼다.
하지만 강남경찰서는 A씨 일당에 대해 마약류관리법 위반이 아닌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 이들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포폴은 향정신성의약품이지만, 에토미데이트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같은 작용을 하지만, 마약류로 분류된 프로포폴과 달리 엄격한 출납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에토미데이트도 마약류로 지정,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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