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혁신 방향 의견 나누고 AI 사업 등에 공동 투자 하기로
한국계 일본인으로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투자기업 창업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회동해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경제보복 공세에 대해 한국 재계의 대응 방안에 대해 조언했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재계 총수들과 만찬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서 재계 인사들과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 회동에는 이재용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자 글로벌투자책임(GIO)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인 김종관 한화큐셀 전무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동은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를 시작한 날 이뤄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이재용 부회장이, 재일 교포 사업가인 손 회장과 회동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할 것이란 전망이 높았다.
만찬 시작 전 손 회장은 한일관계 개선 가능성, 기업들에 필요한 대비책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기업들의 대응 방안에 대해서) 모른다”고 답했지만, 만찬이 끝난 뒤에는 이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음을 스스로 밝혔다.
이들은 일본 수출 규제 문제 외에 혁신산업, 미래기술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 회장은 글로벌 혁신 투자에 앞장서는 ‘큰 손’이다.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줄곧 주창해 온 그는 100조원 규모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를 통해 ARM,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을 비롯해 차량공유 업체 우버, 그랩, 디디추싱 등에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은 실제 ‘우리 기업들과 AI 협업을 늘리는’지와 ’함께 투자를 하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모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날 만찬 자리에 초청된 기업인들 역시 SVF가 주목하는 사업 영역과 맞닿아 있다. 삼성과 LG는 AI, 반도체 등에서, 현대차는 모빌리티 사업에서 SVF와의 협업 가능성이 열려있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역시 인터넷과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로 핵심 콘텐츠 및 플랫폼 영역에서 연관된다.
재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현안과 관련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며 "손 회장이 우리 기업과 함께 협업하는 AI 사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힌 만큼 소프트뱅크의 대 한국 투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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