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900만 관객 눈앞… ‘라이온 킹’ ‘겨울왕국2’도 대기
흑인 인어공주 등 시대 감성 반영 디즈니의 진보가 흥행에도 영향
5월 개봉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영화 ‘알라딘’은 뒤늦게 입소문을 타면서 무려 7주간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다. 4일 현재 9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토이 스토리4’는 가족 관객들에게 지지를 얻으며 25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이 영화도 디즈니, 저 영화도 디즈니, 무엇을 선택하든 결론은 디즈니, 요즘 극장가는 그야말로 디즈니 천하다. 극장 편성표가 ‘디즈니 영화’와 ‘그 외 영화’로 구분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들린다.

5월 23일 개봉한 이후 한 달간 계속됐던 ‘알라딘’의 역주행 기적은 지난달 20일 ‘토이 스토리4’가 등장하고서야 잠시 주춤했다. ‘토이 스토리4’의 인기는 다시 ‘알라딘’의 뒷심이 견제했다. 그렇게 두 영화는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2주간 박스오피스를 싹쓸이했다. 3일까지 ‘알라딘’은 누적관객수 853만5,626명(영화진흥위원회), ‘토이 스토리4’는 239만3,971명에 달한다. 둘 다 배급사 월트디즈니 컴퍼니 영화다.

디즈니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2일 개봉한 뒤 장기 집권했던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다른 배급사 소니픽쳐스 소속이지만 디즈니 산하 마블스튜디오가 소니픽쳐스와 협업 관계를 맺고 제작한 작품이다. 디즈니 입장에서도 손해 보지 않는 장사인 셈이다.

※자료=영화진흥위원회(7월 3일 기준). 그래픽=신동준 기자
※자료=영화진흥위원회(7월 3일 기준). 그래픽=신동준 기자

디즈니의 위력은 박스오피스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알라딘’의 역주행 열풍과 ‘기생충’(누적관객수 966만2,360명)의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특수가 결합하면서 6월 극장가는 총관객 2,284만3,339명을 기록했다. 월별 기준으로 올해 최다 관객이다. ‘극한직업’이 설 연휴 극장가를 휩쓸었던 2월 총관객수(2,227만7,733명)보다도 많다. 6월이 7, 8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숨 고르기를 하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4’ 이전에는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한 달 차이로 개봉해 각각 580만1,070명과 1,391만9,876명을 쓸어 담았다.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부터 ‘메리 포핀스 리턴즈’ ‘덤보’ 등 상반기 개봉한 디즈니 영화 8편이 동원한 총관객수가 3,344만5,590명(3일 기준)이다. 같은 기간 해외 영화 전체 관객(5,425만7,978명)의 61%를 차지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17일에는 디즈니 실사 영화 시리즈의 끝판왕이라 할 만한 ‘라이온 킹’이 출격한다. 미국 언론은 개봉 주말 매출액 1억8,000만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잇는 역대급 수치다. 10월에는 앤젤리나 졸리가 출연하는 ‘말레피센트2’가 개봉하고,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겨울왕국2’가 관객을 찾아온다. ‘디즈니 제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실사 영화 ‘라이온 킹’은 17일 개봉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전 세계 어린이를 ‘엘사 앓이’에 빠져들게 했던 ‘겨울왕국’도 속편으로 돌아온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디즈니의 콘텐츠 전략이 최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디즈니 영화들이 잇달아 나왔음에도 집안싸움이 벌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마블스튜디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애니메이션 명가인 픽사스튜디오, ‘알라딘’과 ‘라이온 킹’ 등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 영화들은 디즈니스튜디오가 각각 제작한다. 디즈니라는 한 가지 색깔로 뭉개지지 않고, 자회사인 개별 스튜디오들이 개성과 독창성을 발휘하고 있다. 디즈니 로고를 보지 않으면 같은 회사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알라딘’과 ‘토이 스토리4’가 같은 시기에 경쟁해도 스튜디오별로 색깔이 확연히 다르고 관객들이 기대하는 영화적 쾌감도 달라서 서로 깎아 먹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냈다”며 “둘 다 가족 영화이지만 실사냐 애니메이션이냐에 따라 타깃층 전략을 달리한 것도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원조 디즈니의 변화도 주목해 볼 만하다.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과감한 각색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알라딘’ 원작에서 공주 자스민은 의존적이었지만, 실사판에선 술탄을 꿈꾸는 진취적인 캐릭터로 다시 태어났다. ‘토이 스토리4’에서도 여성 캐릭터인 장난감 보핍이 자기주도적으로 변모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정치적 올바름을 대중적 시선에서 안정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실리적으로 파급력이 크다”며 “특히 어린 관객층에 소구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디즈니의 변화는 매우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내년 촬영을 준비 중인 ‘인어공주’ 실사판에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알라딘’의 요정 지니는 흑인 배우 윌 스미스에게 맡겨졌고, ‘뮬란’에는 중국 배우 류이페이(유역비)가 출연한다. 유색 인종 캐릭터에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화이트워싱 논란은 이제 옛일이 됐다.

월트디즈니 컴퍼니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제작한 마블스튜디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과의 차별화는 디즈니 전성기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강유정 평론가는 “10, 20대 타깃, 가족 영화, 판타지 장르라는 측면에서 마블 영화와 디즈니 영화는 교집합이 많지만, 디즈니는 마블이 차지한 시장 외부에서 성장담, 휴머니즘, 로맨스 같은 전통적 스토리텔링을 강화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다만 실사 영화들이 결국엔 애니메이션의 재탕인 셈이라 똑같은 전략이 계속 통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계는 디즈니의 공습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4, 5월 마블 영화를 피하고 7, 8월에 전력 투구하는 충무로 텐트폴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강유정 평론가는 “한국 상업 영화의 경쟁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플랫폼, 자본, 콘텐츠로 무장한 디즈니 같은 공룡 회사들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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