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가 ‘혐오시설’ 취급을 하며 건립을 막았던 네이버의 제2 데이터센터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에겐 경쟁적으로 차지하려는 ‘선호시설’이 됐다. 다양한 지자체들이 잇따라 데이터센터 유치에 출사표를 던지자 용인시마저 뒤늦게 “데이터센터 유치가 아예 무산된 건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인천과 경기 파주시, 전북 군산시 등 10여곳에서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 의사를 내비친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충북 충주시와 제천시도 네이버에 손을 내밀었다. 네이버의 사업 계획에 따라 적극적으로 맞춤형 부지를 찾아 내놓겠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제2 데이터센터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강원 춘천시에 있는 네이버의 첫 번째 데이터센터 ‘각(閣)’의 2배가 넘는 크기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데이터센터 유치는 지역에 상당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자체들이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두 팔 걷어 붙이고 나서는 이유는 지역 세수 확충과 ‘4차 산업혁명 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원격으로 관리돼 규모에 비해 인력 고용이 많지 않지만, 지자체에 매해 납부하는 지방소득세와 재산세 등은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에 네이버가 용인시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 따르면 부지 규모만 13만2,230㎡에 총 투자 금액은 5,400억원에 달했는데, 설립 과정과 이후에 납부할 여러 세금까지 고려하면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로서는 데이터센터가 매력적인 시설인 셈이다.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부지 후보뿐 아니라 다양한 인센티브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기술 등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인 만큼, 지자체들은 시설 유치가 정보통신기술(ICT) 도시로서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약 네이버의 선례를 따라 다른 기업이 함께 들어오면서 ‘데이터센터 단지’가 조성된다면 다양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지역에 들어서면서 간접적인 고용 창출 등 파급 효과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대형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한 곳에 모이면서 첨단 IT 기업들이 모여들고 고급 일자리가 다수 창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새로운 부지와 관련해 네이버는 “여러 지자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년만 해도 ‘글로벌 공룡’ 구글과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클라우드 리전(데이터센터 묶음)을 추가로 개소한다고 밝힌 상태”라며 “국내 기업인 네이버가 이들에게 ‘데이터 주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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