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세우는 것보다 기록을 이어가는 것에 의미를 둔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최혜진(20ㆍ롯데)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새로운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벌써 시즌 4승을 쓸어 담으며 ‘대세’로 떠오른 그는 이제 ‘역대급 시즌’이라 불리는 2016년의 박성현(26ㆍ솔레어)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다.
최혜진이 5일 중국 산둥의 웨이하이포인트 호텔 앤 리조트(파71ㆍ6,100야드)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16번째 대회인 아시아나항공 오픈에서 시즌 5승 도전에 나선다. 지난주 맥콜ㆍ용평리조트 오픈 정상에 오른 최혜진은 2007~08년 신지애(31), 2015년 전인지(25ㆍKB금융그룹), 2016년 박성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상반기에만 4승을 거둔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이번 대회까지 우승을 거머쥐면 역사상 최초로 상반기 5승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가 된다.
최혜진은 “웨이하이 포인트는 코스가 좁아 과감한 공략보다는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가야 할 것 같다”며 “상반기 대회가 2개 밖에 남지 않았는데 남은 대회들도 즐겁게 풀어가고 싶다”고 이번 대회에 임하는 소감을 전했다.
올해 KLPGA는 사실상 최혜진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승(4승), 상금(6억6,789만2,080원), 대상포인트(265점), 평균타수(70.575타)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의 독주 배경에는 정확한 아이언샷과 정상급 장타력이 있다. 최혜진은 올 시즌 압도적인 그린적중률(81.38%) 1위를 달리며 페어웨이 안착률(78.35%, 71위), 평균퍼트(31, 61위)의 아쉬움을 보완하고 있다.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253.38야드, 11위)도 상위권이다. 최혜진이 ‘단점이 없는 선수’로 불리는 이유다.
2016년 시즌 7승을 거두며 KLPGA 무대를 지배한 박성현과 묘하게 닮았다. 다만 박성현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했다. 당시 그는 67.53%로 전체 124위를 기록할 만큼 낮은 페어웨이 안착률을 보였지만 그린적중률(79.72%)과 드라이브 비거리(265,59야드)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만큼 초장타와 정확한 아이언샷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박성현은 다승(7승)과 평균타수(69.64타) 1위에, 총상금 13억3,309만667원으로 역대 한 시즌 최고액 신기록을 세우며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 포함 5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박성현은 최혜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확한 퍼트(평균 퍼트 29.81, 5위)까지도 갖췄었다.
최혜진은 KLPGA 휴식기인 7월 말과 8월 초에 걸쳐 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과 AIG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에 도전할 뜻도 밝힌 상태다. 2016년 11월 한국 무대를 제패한 박성현이 LPGA 진출을 발표했듯, 미국 무대를 노크 중인 최혜진도 이번 시즌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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