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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계화 시대의 종말

입력
2019.07.0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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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세계화(globalization)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그 시대를 지탱하던 세계은행 같은 20세기 제도와 국제기구들은 그 기능을 잃어버렸다. 앞으로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주도의 아시아 등 3축의 다극화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그 와중에 러시아 영국 호주 일본 같은 중간 크기 국가는 합종연횡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려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국가 간 동맹이 출현한다.” 최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마이클 오설리반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의 신작 ‘세계화 다음에 올 것’을 소개하며 이렇게 요약했다.

□ 오설리반 교수는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린 이유를 두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쇠락하는 경제를 전 세계 정부가 양적완화로 지탱하다 보니 국제금융 분야만 비대해지고 있다. 둘째, 그런 국제금융 확대는 돈의 흐름에 관한 국경을 무너뜨려 전세계 생산망을 다국화하면서 국가 간 불균형과 계층 간 불평등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국제적 기구가 없다 보니 세계화의 파국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 우리나라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본격화한 세계화 시대의 우등생이자 최대 수혜국이었다.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무역을 확대해 ‘소득 3만달러 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다. 같은 이유로 세계화가 종말을 맞으면 가장 큰 충격을 받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화 이후의 세상은 경제 논리에 기초한 협력보다는 정치 논리에 의한 위력이 보다 중요한 게임의 법칙이 될 것이다.

□ 일본의 경제 보복도 세계화 종말의 징후라는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국 산업의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경제 영역을 동원해 한국을 굴복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일본은 세계화의 룰과 결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다극 체제의 주축인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우려와 비난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일본의 위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중 사이에 낀 중간 크기 국가인 우리나라는 일본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때 ‘세계화 이후’ 달라진 세계의 룰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 시대 모범국이던 우리나라에 세계화 종말의 충격이 가장 먼저 몰아닥친 듯하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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