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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45> 케냐와 우간다 어민들의 섬, 미징고 분쟁

입력
2019.07.05 18: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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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에 위치한 미징고 섬. 구글맵 캡처
중앙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에 위치한 미징고 섬. 구글맵 캡처

아프리카 최대 호수 빅토리아호에는 미징고 섬이 있다. 총면적이 2,000㎡에 불과해 몇몇 지도에서는 표기조차 안 될 정도로 작은 섬이다. 이 작은 영토를 판잣집들이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데, 2009년 케냐 정부의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31명의 어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이 미징고 섬을 찾는 이유는 ‘나일 퍼치(나일 농어)’ 때문이다. 나일 퍼치는 길이 2m, 무게 8㎏에 이르는 거대한 물고기다. 주로 유럽으로 수출되는데, 지난 2월 기준 1㎏당 300달러(한화 약 33만원)을 상회하는 고가 상품이다.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등 빅토리아호 주변국 어민들이 미징고 섬에 몰려드는 이유다.

어업권을 확보하려는 어민들이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케냐와 우간다의 영토 분쟁이 시작됐다. 이는 누가 먼저 섬을 발견했는지에 대한 논란을 야기했다. 지도상으로는 1926년 케냐 정부 공식 문서에 처음 등장하며 케냐 영토로 표시됐다. 하지만 사람이 섬에 터를 잡은 건 이후 1991년에 케냐 국적의 어민 두 명이 체류하면서부터다. 이들은 당시 섬에 잡초가 무성했고 새와 뱀이 넘쳐났다며 자신들이 최초의 체류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간다는 2004년 자국 어민이 섬에 정착했을 당시, 버려진 집 한 채만 있었다며 케냐 사람들은 섬에 체류했을 뿐 거주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징고 섬의 모습. 판잣집이 섬 전체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가디언 캡처
미징고 섬의 모습. 판잣집이 섬 전체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가디언 캡처

우간다 정부가 어민들을 따라 미징고 섬에 자리를 잡으며 어민들의 갈등이 정부 차원의 분쟁으로 이어졌다. 2004년 우간다 해양 경찰이 미징고 섬에 우간다 국기를 게양하고 병력을 주둔한 것이다. 이후 2009년부터는 섬 주변에서 어업을 하는 케냐인들에게 어업 허가증 구매를 강요하기까지 했다. 허가증을 소지하지 않은 어부는 체포하곤 했다. 케냐 어부들은 자국 영토 내의 어업행위를 불법행위로 취급한다며 케냐 정부에 자국민 보호를 요청했다.

결국 한 달 후, 양국 장관들은 전문가들이 국경을 획정할 때까지 양국 어부의 어업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덧붙여 케냐 정부는 미징고 섬에 배치한 우간다 경찰 48명을 자국으로 복귀시키기를 요구했지만 우간다 정부는 불응했다. 이에 불만을 가진 케냐 정부 또한 해군 파병으로 맞대응하며 무력 충돌로 이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끝내 무력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이후로도 양국 간 긴장감은 지속됐다.

2016년 케냐-우간다 국경 공동위원회는 양국의 보안관이 미징고 섬을 공동 관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피해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들은 섬이 어느 국가 소유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주인 없는 땅”이 됐다고 호소했다. 양국의 해경이 서로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상대국의 어민에게 불법 어업의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에도 우간다 해경이 케냐 어민을 불러내 불법 어업에 대한 처벌이라며 그가 잡은 물고기를 날로 먹으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어민들은 해경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아프리카 내 “제일 작은 전쟁”이 발발한다며 한탄하고 있다.

조희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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