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흑자를 회복했다. 그러나 흑자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40% 이상 줄었고, 핵심인 상품수지 흑자액은 수출 부진 탓에 5년여 만에 가장 적었다. 올해 경상흑자 규모도 정부 목표(605억달러)에 훨씬 못 미칠 거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49억5,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앞서 4월 경상수지는 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2012년 4월 이후 7년간 지속됐던 역대 최장 기간 흑자 행진을 멈췄다.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다시 흑자로 전환된 것은 매년 4월 외국인 주식 배당(본원소득수지 악화 요인)이 집중되는 특수요인이 사라지고, 만성 적자인 서비스수지도 상당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흑자 규모는 전년동월 대비 41.3%나 축소됐다. 올 들어 경상수지는 2월부터 넉 달째 1년 전에 비해 악화(흑자액 축소 또는 적자 전환)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상품흑자(53억9,000만달러)는 2014년 1월(+36억7,000만달러) 이래 5년 4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수출(480억3,0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10.8% 급감한 여파다. 한은 관계자는 “미ㆍ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단가 하락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반도체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29.2% 감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36.2%) 이래 최대 낙폭을 보였다.
다만 서비스수지 적자(9억달러)는 2016년 12월(-6억6,000만달러)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중국ㆍ일본인 입국자 증가 등으로 서비스수지 구성 항목 중 운송수지와 여행수지가 전년동월 대비 크게 개선됐다.
올해 1~5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55억3,000만달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지난달 무역흑자가 41억7,000만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경상흑자는 한은 전망치인 245억달러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4월 주요 경제지표 전망치 발표 때 올해 경상흑자 규모가 상반기 245억달러, 하반기 420억달러의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며 연간 66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이달 18일로 예정된 한은 수정 경제전망 발표 때 하향조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도 상반기 수출 부진을 감안해 전날 연간 경상흑자를 605억달러로 하향조정했지만 지금 경기 상황으론 이마저 달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초 하반기 반등이 점쳐지던 반도체 경기 회복 시기가 내년 이후로 늦춰질 거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라는 대형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연간 흑자액이 600억달러를 밑돈 건 2012년(488억달러)이 마지막이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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