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달 인재영입위 출범 추진… ‘李, 후보 공천권 쥐겠다’ 의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맡을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 대표가 당의 브랜드를 쇄신할 ‘새 피 수혈’을 진두지휘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이지만, 총선 후보 공천권을 꽉 쥐고 있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인재영입위원장 인선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총선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서서히 시작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총선은 인물 선거인 만큼, 총선 결과에 무한 책임을 지는 당 대표가 인재 영입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다른 의원도 “7선 의원으로 선거에 잔뼈가 굵은 이 대표가 ‘이해찬 체제’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가 강해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최근 공천 경선 룰을 조기에 확정한 것에도 전략 공천과 비례대표 공천을 위한 인물 영입을 서두르겠다는 이 대표의 뜻이 반영됐다고 한다.
‘참신한 인물 영입’은 총선의 결정적 승부처다. 신한국당은 1996년 15대 총선 때 김영삼 당시 대통령 주도로 김문수ㆍ이재오ㆍ홍준표ㆍ이찬진ㆍ맹형규 등 스타들을 영입, ‘인물 바람’을 일으키며 정권심판론을 피하고 승리했다. 지난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맡았다. 민주당은 표창원ㆍ양향자ㆍ박주민 의원 등을 발굴, 인물론에서 이긴 덕분에 원내 제1당을 차지했다. 반면 계파 싸움으로 인재영입위원장을 공석으로 두는 등 인재영입에 소홀했던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해찬 대표의 인재영입위원장 겸임에 찬성하는 쪽은 ‘인물 영입 과정에서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당의 한 의원은 “여당 대표가 직접 나서면 ‘총선에서 낙선 혹은 낙천하더라도 당이나 정부, 청와대 인재 풀에 포함시켜 폭넓게 활용할 테니, 우리 당을 선택하라’고 유효하게 설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정파성이 강한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내 인사는 “이 대표의 선거 관여 폭이 커질수록 당이 친노(친노무현) 혹은 친문(친문재인) 일색으로 흐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의 ‘젊지 않은 이미지’에 대한 걱정도 없지 않다. 지난 3월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 후보로 거론 됐을 땐 ‘노골적 친문 챙기기’라는 견제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당내 여론이 좋지 않았다.
민주당은 8월 출범을 목표로 인재영입위 구성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달 이명수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이국종 아주대 교수, 박찬호 선수 등을 접촉하는 등 인물 선점 경쟁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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