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하 정의당 의원실로 3일 오후 흉기와 조류 사체가 든 협박성 소포가 배달됐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곧바로 4일 자신이 2013년 12월 의원실을 통해 받았던 흉기와 협박 편지를 공개했다. 국회의원, 특히 이들이 모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국회의사당을 겨냥한 협박과 일종의 ‘백색테러’ 시도는 잊을 만 하면 벌어졌다.
국회의사당 수난사(史)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이었던 2004년부터 본격화했다. 국회에서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던 2004년 3월 12일, 지방에서 올라온 40대 남자가 차량을 몰고 국회 본관 앞으로 돌진해 계단에 부딪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멈춘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는 짐칸에 싣고 온 휘발유와 경유로 차에 불을 지른 뒤 달아나려다 국회 경비대에 붙잡혔다. 운전자 김모(당시 44세)씨는 국회의원과 가족들에게 보내는 A4용지 10장 분량의 진술서에서 “국회는 국민들을 위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소각하는 것이 낫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2004년에는 탄핵으로 인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극으로 치달으면서 관련 사고가 잇따랐다. 김씨의 방화미수 바로 다음날인 13일 0시에는 군복을 입은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차량을 몰고 국회 정문을 들이받고 돌진하려다 경찰에 연행됐다. 또 사흘 뒤인 같은 달 16일에는 재수생 황모(당시 19세)씨가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표를 만나 대통령 탄핵 철회를 요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분신하겠다”며 200㎖짜리 라이터 기름 1통과 라이터 2개를 갖고 한나라당 당사에 들어가려다 검거된 바 있다.
올해에도 역시 국회의사당에 대한 테러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14일에는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40대 남성이 차량을 몰고 국회 경내로 진입, 본관 계단으로 돌진했다. 또 올해 2월에는 50대 남성이 차량을 타고 국회 잔디광장으로 진입, 주변에 전단지를 뿌린 후 자신의 차량에 불을 질렀다. 그가 살포한 “호소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전단지에는 “국회는 국가의 심장과 같은데 수많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며 국가를 침몰 시키고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적폐국회 바로 세워서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실제 테러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국회를 대상으로 한 협박도 잇따랐다. 2004년 7월 함모(당시 42세)씨는 국회 전화교환실로 “서민은 살기 어려운데 일을 하지 않고 살찐 국회의원 3명을 골라 죽이겠다”는 협박전화를 걸었다 경찰에 붙잡혔다. 2009년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면 신변을 해치겠다는 내용의 편지가 여의도 국회 사무실로 배달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각각 A4용지 1장 반 분량의 편지에는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는데 왜 혼자 고집을 부리느냐. 계속 반대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는 편지에서 얼굴을 칼로 긋거나 염산을 부어버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0월에는 국회 본청 기둥에 검은색 래커로 ‘나 니들 시러’라고 적은 낙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20대 대학생 두 명은 “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광고 영상으로 표현하라는 과제물 때문에 낙서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 소식이 알려지자 ‘통쾌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관련 기사에는 “국민들 전부의 마음이다” “국회의원들은 저런 욕을 들어도 싸다” “(학점)A+ 줘라”는 댓글이 달렸다. 현장에서 연행된 두 명의 대학생들은 '공용건조물 침입 및 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국회에 대한 협박과 테러 시도는 주로 여야 갈등이 심화되는 시기에 잦았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폭력적인 방향으로 분출된 셈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윤 의원실에 커터칼, 협박성 편지, 죽은 새가 들어있는 ‘태극기 자결단’ 명의 소포를 보낸 발신자를 추적하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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