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의 어진(왕의 초상화)의 모신 수원의 화령전 내 ‘운한각’ 등이 국가 보물로 지정됐다. 수원에서 국가보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11번째다.
4일 수원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으로부터 수원 화령전의 운한각과 복도각, 이안청 등 3개의 건물이 국가지정문좌재 보물로 지정 예고 통보를 받았다. 이들 건물은 30일간 보물 지정 예고 기간을 거친 뒤 보물로 지정된다.
현재 사적 115호로 지정돼 있는 화령전은 정조 승하 이듬해인 1801년에 건립됐다.
당시 궁궐 건축을 담당했던 최고의 장인 400여 명이 참여해 2개월 9일, 짧은 일정 동안에 완성된 건물임에도 19세기 왕실 건축의 정수로 평가 받고 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되는 ‘운한각’은 정조의 어진을 모신 정전이고, ‘이안청’은 어진을 임시로 봉안하기 위해 만든 건물이다. ‘복도각’은 운한각과 이안청을 연결해주는 공간이다.
운한각·복도각·이안청의 ㄷ자형 배치 구조는 조선 후기 발전된, 합리적인 궁궐 건축 형태를 보여준다.
조선 왕의 어진을 모신 건물이 여러 지역에 있었지만 현존하고 있는 건물 중에는 전주 경기전과 수원 화령전만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화령전은 어진을 모시던 정전과 임시 보관 건물인 이안청이 분리돼 있는 전주 경기전과 달리 정전과 이안청이 복도각으로 연결돼 있는 독특한 형태다.
문화재청은 화령전이 왕실건축의 정수를 보여주고, 창건 당시 원형이 잘 남아있어 보물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정조 승하 후 순조는 화성에서 융릉과 건릉에서 제를 올리고, 화령전에서 술잔을 올리는 작헌례를 치렀다.
작헌례는 국왕이 직접 참배하고 잔을 올리는 극히 드문 제례다. 순조는 재위 중 9번 작헌례를 올렸으며 헌종, 철종, 고종도 화령전에서 작헌례를 올렸다.
이들 3개 건물이 국가 보물로 지정됨에 따라 이들을 포함해 수원에 모두 11개의 국가 보물이 보존되게 됐다.
수원에 있는 보물은 △팔달문(보물 제402호) △화서문(제403호) △방화수류정(제1709호) △서북공심돈(제1710호) △수원 창성사지 진각국사 탑비(제14호) △채제공 초상(제1477-1호) △박유명 초상(제1489호) △영조어필-읍궁진장첩(제1631-1호) △박태유 필적-백석유묵첩(제1675호) △조선경국전(1924호) 등이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화령전은 어진을 모시는 영전(影殿) 건축의 정수(精髓)를 보여주는 문화재”라며 “보물 지정을 계기로 화령전의 역사적 가치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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