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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명암

입력
2019.07.05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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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 영업소지회 노조원들이 공사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4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요금소(서울톨게이트) 인근 부산방향 경부고속도로를 점거했다. 이한호 기자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 영업소지회 노조원들이 공사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4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요금소(서울톨게이트) 인근 부산방향 경부고속도로를 점거했다. 이한호 기자

7월 들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달라는 요구와 정규직화가 되었지만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뒤섞여 있다. 하지만 법과 예산의 문제로 쉽게 해결할 수 없어 상황이 혼란스럽다. 정규직 전환은 기존 노조와의 갈등을 포함해 관련 집단들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려서 정부의 일방적 조치만으로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 해소는 노동시장 양극화로 인한 경제사회의 지속가능성 위기에 대응한 시대적 과제다. 민간 기업들은 시장의 계약관계가 복잡하고 자칫 고용 위축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공공부문이 먼저 이를 수행할 필요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8만9,000명을 공공부문에서 정규직화했고,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18만7,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되었으며 이미 이중 14만5,000명이 전환 완료되었다. 복리후생을 포함한 임금 성격의 처우 개선도 16.3% 향상되었다.

향후 추가적인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면 현 정부에서 20만명을 넘는 정규직 전환 결과가 예상된다. 이런 대규모 정규직 전환으로 최근 20만명이 넘는 노동조합원이 증가했고 특히 민주노총이 큰 수혜를 입었다. 전환 과정에서 정부와 노사 및 전문가가 참여한 심의와 협의는 그 자체가 사회적 대화다. 사회적 대화의 이런 긍정적 성과를 뒤로하고 정부와 사측을 압박하는 공세를 이어가는 것은 전환 정책 전체를 평가절하하는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20만명의 정규직 전환은 법률에 의한 전환이 아니다. 노정 간 협의를 거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에 기초해 기관별로 예산과 경영 상황에 맞추어 하되 우선적으로 고용 안정을 이루고 차후에 처우 개선 및 차별 해소를 단계적으로 해나가자는 것이 전환 정책의 골간이다.

최근에는 가이드라인에서도 제시하는 직접 고용이 어려우면 자회사 설립을 통해 청소, 시설관리, 경비직 등 용역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문제로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직접 고용만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이 자회사 방식으로는 보장받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고, 기관들은 기존 예산 구조나 인건비 상황 그리고 조직의 핵심 기능에 비추어 볼 때 자회사가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갈등을 극복하고 자회사 전환에 노사 및 전문가가 모두 합의한 사례가 있다. KIST로 알려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전환 협의 과정에서 회의장이 한때 점거되는 상황도 있었지만 결국 원만한 합의에 도달했다. 자회사 전환 이후 3년 이내에 각 직종별 임금 수준을 다른 연구기관 용역 근로자 임금 수준의 최상위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것과 더불어 만약 미래에 자회사의 사업이나 기능에 변화가 와서 전환 근로자의 고용이 불안정해진다면 고용 안정에 대한 책임을 같이 진다고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합의문 외에 실제로 자회사에 대한 노조 측 동의를 얻게 된 원동력은 전환협의회 위원장인 부원장이 본원은 물론, 전국 분원을 계속 찾아가 대화하면서 발견한 근로여건상의 애로사항과 차별적 요인을 즉시 해결해 주는 과정에서 얻은 신뢰가 중요했다. 자회사로 가더라도 연구원이 같이 책임을 지겠구나 하는 확신을 준 것이다. 합의 후 시설직 전환 근로자 대표는 소회를 밝히면서 빨리 KIST에서 노벨상이 나오도록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었다. 공공서비스의 혁신이라는 정규직 전환 정책의 긍극적 가치가 발현된 것이다.

제도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데는 대화와 신뢰, 그리고 이를 견인할 양보와 타협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가이드라인은 그래야 비로소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투쟁과 압력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경시하는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이미 가이드라인에 의해 사회적 대화를 거쳐 전환된 18만여명의 전환 정당성도 의심받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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