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무역보복 대책 논의]
정부, 日 보복 가능성 사전에 대비… ‘불화수소’ 관련 기업에 신호 보내
우리 정부가 일본이 경제보복 차원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품목과 관련한 ‘롱리스트’(후보 목록)를 사전에 준비해 뒀었다고 청와대가 3일 밝혔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가 꼽은 제재 예상 반도체 소재 품목 1~3번을 실제 제재 품목으로 내세웠다. 우리 정부는 일본 동향 관련 신호를 미리 파악해 우리 기업들에 제공했다고 한다. 일본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보복에 우리 정부가 아예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이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ㆍ정부는 이날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어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 수준 집중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경고한지 사흘 만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방송사 보도편집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정부가 일본 제재 품목 롱리스트를 작성해 둔 사실을 공개했다. 김 정책실장은 3개 품목 가운데 불화수소에 대해선 우리 기업들의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감광액 등 2개 품목은 사실상 100% 일본에 의존하는 품목이어서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제조 공장은 한국에 있지만, 일본이 규제 대상에 생산 시설까지 포함한 만큼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지난달 30일 일본의 제재 소식을 접하고 5대 그룹 부회장에게 연락, 추가 제재가 우려되는 품목과 정부에 요청하는 사항 등을 그룹별로 제출 받았다. 윤부근 부회장과 김기남 부회장 등 제재 품목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임원 4명은 김 실장이 직접 만나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고 한다.
여권은 ‘일본의 무역 보복에 우리 정부가 무대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무대응’에서 ‘신중 대응’으로 기조를 전환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을 논의하지 않느냐는 일부 언론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일을 우리 반도체 산업의 핵심 소재ㆍ부품ㆍ장비 개발사업 경쟁력 강화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이달 중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선 반도체 소재ㆍ부품ㆍ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과 함께 관련 분야 연구개발(R&D) 예산 확충 방안도 논의됐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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