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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이클 잭슨 10주기

입력
2019.07.03 18:30
수정
2019.07.03 18: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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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파크랜드에서 열린 2019 선댄스 영화제 상영장 앞에 설치된 '리빙 네버랜드' 상영 반대 포스터(연합뉴스)
지난 1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파크랜드에서 열린 2019 선댄스 영화제 상영장 앞에 설치된 '리빙 네버랜드' 상영 반대 포스터(연합뉴스)

2009년 7월 1일 미국 유명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이 특별호를 발간했다. 앞 표지 주인공은 팝 가수 마이클 잭슨, 뒤 표지도 잭슨의 뒷모습을 담았다. 특별호 기사는 모두 잭슨에 관한 것이었다. 잭슨은 ‘잭슨 특별호’ 발간 6일 전인 6월 25일 프로포폴 과다 투약으로 갑작스레 숨졌다. 롤링스톤의 이례적인 특별호는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한국인은 6월 25일을 한국전쟁 개전일로 생각하지만, 세계 팝 애호가들은 잭슨과 이별한 날로 기억했다.

□ 당시 롤링스톤은 장문의 부고 기사에서 ‘영예로우면서도 악명 높았던 역사를 지닌 사람’이라는 소제목으로 잭슨의 51년 삶을 압축했다. 1958년 가난한 흑인 가정(아버지 조 잭슨은 크레인 기사였다)에서 태어난 잭슨은 11세 때 가족과 함께 결성한 ‘잭슨 파이브’로 익히 목소리와 얼굴을 알렸고 성인이 된 후 팝의 제왕에 올라 백인 위주 팝 시장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그는 노래와 춤으로 영예로운 역사를 만들고, 사생활로 불명예를 쌓았다. 아동성추행 의혹이 그의 경이적 업적과 함께 거론됐지만 많은 팬은 의혹은 의혹일 뿐이라고 치부했다.

□ 올해 사망 10주기를 맞았지만, 잭슨은 추모보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의 아동성추행 행각을 다룬 4시간짜리 다큐멘터리 ‘네버랜드를 떠나며’가 지난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공개되며 추모 분위기는 급속히 가라앉았다. 네버랜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던 잭슨의 별장 이름이다. 동화 ‘피터팬’에 나오는, 아이들만 사는 섬 이름에서 따왔다. 성추행이 네버랜드에서 주로 이뤄졌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동심 어린 장소에서 동심을 파괴하는 끔찍한 범죄가 벌어졌다는 증언이 나오니 잭슨에 대한 혐오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 잭슨의 삶을 기리는 행사는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대신 잭슨 청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의 BBC를 비롯, 네덜란드 캐나다 등 10개국 라디오 방송에서 잭슨의 노래는 금지곡이 됐다. 지난달 25일 전후 국내 주요 언론 대부분이 10주기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가 숨졌을 때 당시의 떠들썩한 분위기와 상반된다. 롤링스톤도 10주기 기사를 싣지 않았다. 한 인물의 문화적 업적을 사생활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오지만 크진 않다. 잭슨 10주기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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