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 외곽의 타주라에 위치한 난민수용소가 2일(현지시간) 공습을 받아 최소 40명이 숨지고 80명이 다쳤다. 올해 4월 이후 리비아 통합정부(GNA)와 동부 군벌 리비아국민군(LNA) 사이에서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GNA는 공습의 배후에 LNA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유엔에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날 리비아 보건부 관리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수용소 전체에 약 600여명의 난민과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었으나, 공습을 받은 지역에는 수단,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150여명의 남성 난민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응급구조대는 수용소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중이다.
해당 시설을 운영하는 리비아 불법 이민 방지 부서의 한 관리는 "난민 중에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트위터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사망한 난민과 이민자 수를 집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엔이 인정하는 GNA 측은 이번 공습이 동부지역의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LNA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엔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또 한 지역 언론도 LNA가 수용소 인근 민병대 주둔지에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LNA는 달리 입장을 내지 않는 상황이다.
공습이 발생한 타주라에는 리비아 정부군 측에 서서 LNA와 맞서 싸우는 민병대 주둔지가 여럿 있다. 지난 1일에는 LNA는 트리폴리 내 타깃을 향해 대대적인 공습을 개시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LNA는 지난 4월부터 지속적으로 수도 트리폴리를 함락하기 위해 공격을 벌이고 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지난주 정부군 공격으로 가리안 지역 주요 거점을 잃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인권단체는 이번 공습이 주거지역과 난민수용소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란 점에서 '잠재적 전쟁범죄'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의 막달레나 무그라비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부국장은 "트리폴리에서 일어난 격렬한 교전의 흔적은 심지어 우주에서 위성 이미지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리비아에선 지난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이후 혼란이 지속돼 유럽으로 떠나는 난민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리비아는 주변 아프리카 및 아랍 국가의 난민들도 배를 통해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다.
유엔에 따르면 트리폴리를 탈취하기 위한 LNA와 GNA 사이의 교전이 진행된 지난 3개월 동안 700명 이상 사망하고 4000명이 다쳤으며 10만명이 넘는 실종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군사적 해결책이 없다'는 이유로 내년 6월까지 리비아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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