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해상ㆍ해안 경계
북한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지나 강원 삼척항까지 500여㎞를 총 57시간 동안 이동하는 과정에서 해상ㆍ해안의 3중(해군ㆍ해양경찰ㆍ육군) 경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최병환 국무조정실 1차장은 3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방부ㆍ해양경찰청 등 정부합동브리핑에서 경계작전 과정에서 레이더 포착 표적 판독 및 식별, 경계작전계획과 운용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조사 결과, 지난달 9일 0시쯤 함경북도 경성군 집삼 포구에서 출항해 이틀간 위장 조업을 한 북한 목선은 12일 오후 9시쯤 NLL을 통과해 15일 오전 6시20분쯤 삼척항에 입항했다. 동해 경계작전을 맡은 해군 1함대는 NLL 북방에서 오징어ㆍ꽁치 포획을 위해 증가하는 북한 어선 경계를 위해 전방 경비함정을 증강 배치하고, P-3C초계기와 링스 헬기 등의 작전 횟수를 늘렸지만, 여기에 탑재된 레이더로도 목선을 전혀 식별하지 못했다.
해경도 상황은 비슷했다. 울릉도 인근 동해 구역을 담당하는 대형함은 5월 27일 북중 어선 활동량이 늘어난 ‘조업 자제해역’으로 이동한 상황이었고, 연안 경비정 레이더와 해경 항공기 역시 목선을 발견하지 못했다.
육군이 맡은 해안 경계망도 목선 포착에 실패했다. 해당 지역에 배치된 2대의 해안 감시레이더 확인 결과 지난달 14일 오후 7시 18분~8시 15분 목선의 정지 지점 및 이동 경로로 추정되는 작전구역을 책임지고 있는 A 레이더에는 포착되지 않았지만, 인접한 B 레이더에는 목선이 포착됐다. B레이더 작전 구역으로 목선 추정 표적이 들어왔지만, 운용 병사는 해면에 레이더 신호가 반사된 것으로 오인해 놓쳤다. 군 당국은 “레이더 운용 요원에 대한 전문화 교육 및 상황조치훈련 등이 부족했던 것을 확인했다”고 경계 실패 책임을 인정했다.
노후화해 야간에만 작동하던 열상감시장비(TOD-2형)는 당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삼척항 인근 ‘지능형영상감시시스템(IVS)’에는 지난달 15일 오전 6시 15분쯤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진입하는 모습이 1~2초씩 두 차례 촬영됐지만 운용 요원이 낚싯배로 판단,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근방의 소초에서 근무하던 장병 2명은 목선 진입 당시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에서 미역을 따고 있던 어민을 통제하고 있어 목선이 접근하는 모습을 놓쳤다.
군 당국은 향후 함정과 초계기 등 전력을 최적화해 NLL 일대 및 연안에 대한 탐색을 강화하고 TOD-3형 보급 등 장비 성능을 개량하고 운영 계획도 보완하기로 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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