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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대기업 감세 카드는 처음… 경기 부양에 ‘올인’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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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대기업 감세 카드는 처음… 경기 부양에 ‘올인’ 시그널

입력
2019.07.04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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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제 인센티브’ 3종 세트 도입… “감세 영향 제한적” 비관론 팽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들을 향해 ‘세금을 깎아줄 테니 적극 투자에 나서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전년동기 대비 -17.4%)이 금융위기 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투자 절벽’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자, 대기업 증세 기조를 버리고 오히려 감세 카드까지 꺼내든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하방리스크에 대응하려면 투자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감세 정책이 기업 투자의 불쏘시개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1조 감세로 투자 유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명 ‘세제 인센티브 3종 세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먼저 기업이 공정개선ㆍ자동화 등 생산성을 높이는 시설에 투자하면 투자액 일부를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지금은 대기업 투자액의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7%를 각각 세금에서 깎아주는데, 이 같은 공제율을 각각 2%, 5%, 10%로 법 개정 후 1년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부는 ‘대기업 세부담 증대, 중소기업 지원 확대’ 기조 아래 대기업에 적용되는 공제율을 3→1%로 대폭 낮췄는데, 1년 반 만에 다시 혜택을 늘렸다.

또 산업재해 예방과 내진보강 등 안전시설에 투자하면 투자액의 1~10%를 법인세에서 빼주는 ‘안전시설 투자금액 세액공제’ 적용대상에 △송유관 및 열수송관 △LPG 시설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 기간을 단축, 기업의 초기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가속상각 제도도 확대한다. 가령 기업이 100억원을 투자하면 이를 10년에 걸쳐 10억원씩 비용으로 처리(감가상각)해 과세 대상 수익에서 제외한다. 가속상각은 이 상각 기간을 줄여 일찌감치 투자금의 상당액을 비용 처리하고 초기에 세금을 덜 내는 제도다.

초반에 세금을 덜 내고, 나중에 많이 내는 ‘조삼모사’ 방식이지만 기업은 초기에 아낀 세금으로 대출을 갚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대기업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과 연구ㆍ개발(R&D) 관련 투자에만 가속상각이 적용되는데, 정부는 생산성 향상시설이나 에너지 절약시설 관련 투자에도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중소ㆍ중견기업의 가속상각 허용한도는 50→75%로 높아진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불경기로 투자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어서 기업이 (계획된) 투자를 앞당기면 (세금 감면을) 더 강하게 해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 대책으로 약 1조1,100억원의 세금감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 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신동준 기자
한국 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신동준 기자

 ◇투자 촉진 효과는 ‘글쎄’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 감세 카드를 꺼내든 것은 처음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 최고세율은 인상(22→25%)됐고, 대기업의 연구ㆍ개발(R&D) 및 설비투자에 대한 세금감면은 줄줄이 축소됐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투자를 촉진할 수단은 결국 세제와 규제”라며 “대기업 비과세ㆍ감면 축소 기조에서 선회한 것은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이제 ‘정부가 투자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 것’이란 시그널을 던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세가 투자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크게 금리, 세금, 경기 등이 기업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인 경기가 좋지 않다”며 “감세 강도가 약해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세제 혜택은 길어야 2~3년에 불과하지만, 투자는 더 긴 시간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이미 계획한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새로운 투자를 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재부에 따르면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의 조세지출(감면) 규모는 2016년 4,873억원, 2017년 3,796억원에 그쳤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은 “세액을 감면 받을 수 있는 설비투자 자산의 범위가 좁아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는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다”며 “신규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법인세율 인하가 가장 바람직한데, 이는 기업이 과거에 투자해 발생한 소득까지 법인세를 깎아주게 된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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