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오가와 이토 
오가와 이토의 소설은 착한사람들이 서로의 소원을 들어주고 이뤄주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많다. 작가는 “현실에 없지만 꿈꾸는 장소, 사람을 상상하는데서 소설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한국처럼, 일본도 한국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죠. 이번에 한국문화를 경험하면서 한국은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만난 일본 작가 오가와 이토(46)는 “(한국 전통문화에서) 일본과 공통된 미적 감각을 많이 발견했다.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데뷔작 ‘달팽이 식당’(2008)을 비롯해 ‘츠바키 문구점’(2016), ‘반짝반짝 공화국’(2017) 등이 번역 출간돼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개최한 ‘제10회 문화소통포럼 CCF 2019’에 참석,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오가와 이토는 양국의 닮은 미의식으로 ‘차경(借景)’을 꼽았다. ‘풍경을 빌리다’는 말처럼, 자연 풍경을 빌려 벽에 건 ‘살아있는 풍경화’ 창문을 뜻한다. 오가와는 “(한옥으로 지어진) 한국가구박물관에 여성들만 지낼 수 있는 방이 있었다. 방 안쪽 창문, 그 밖으로 풍경이 보였는데, 서양처럼 자연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교감하려는 점이 양국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음식은 맵다는 편견도 이번 방문으로 깨졌다고 덧붙였다. 오가와는 “궁중요리를 먹었는데 맵지 않다는 게 놀라웠다. 그릇이 달랐지만 내용과 구성은 일본음식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모장을 꺼내 “달았다가, 짰다가, 뜨거웠다가, 차가운 다양한 음식이 번갈아 나와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2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만난 일본 작가 오가와 이토는 "이번에 체험한 한국문화가 차츰차츰 작품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작가가 이렇게 음식을 자세하게 기록한 이유가 있다. 데뷔작 ‘달팽이 식당’을 비롯해 후속작 ‘초초난난’(2009) 등 작품에서 음식이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한다. 작가는 홈페이지 ‘이토 통신’을 통해 자신만의 요리법, 식당 순례기 등을 연재하고 이 연재물을 모아 몇 권의 에세이집도 냈다. “18세부터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했어요. 처음에는 저나 제 남자친구를 위해 요리를 했지만 점점 범위가 넓어졌고,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행위는 일종의 편지 같은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죠.” 오가와는 “식재료를 자르고 삶는 과정에서 느낀 건 이 식재료가 언젠가 생명이었다는 사실”이라며 “닭고기, 생선, 채소를 먹을 때, 생명에 대한 감사를 느끼는데 이걸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말처럼, 음식은 내 몸의 일부가 되고 에너지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소통포럼은 문화소통 분야 강국의 주요 인사를 초청해 이들에게 한국 문화의 정수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초청 국가의 문화를 알리는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행사다. 초청 인사들은 자국으로 돌아가 한국문화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양한 형태로 알린다. 올해는 오가와 이토를 비롯해 빌보드 K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 독일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뮈헤, 프랑스 출신 배우 로빈 데이아나 등이 참석했다.

호스피스 병동을 무대로 죽음에 관한 작품을 준비 중인 오가와 이토는 “저는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을 대개 먹어보고 만들어보는 경험을 통해 묘사한다. 이번 한국에서의 경험이 많은 자극이 됐고, 이 경험은 기억에 축적돼 작품에서 쓰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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