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에 텅 빈 조리실
대체식과 조기하교로 혼란 최소화
급식조리원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낮 12시 서울 중구 A초등학교 급식실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평소였다면 학생들의 점심식사를 위해 조리원들이 분주히 움직였을 조리실은 불이 꺼진 채 텅 비었고, 학생용 식탁에는 빵 브라우니 젤리 주스가 놓여 있었다.
급식실 종사자 4명이 모두 파업에 참가하자 학교에서 내놓은 대체 급식이다. 점심시간에 맞춰 급식실로 내려온 학생 49명은 평소와 다른 풍경과 몰려든 취재진이 신기한 듯 재잘대며 빵 봉지를 뜯었다. 집에서 싸준 도시락을 함께 먹는 학생도 있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교실에서 대체 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이날부터 5일까지 사흘간 민주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파업에 동참하며 전국 3,547개 학교에서는 급식이 중단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만438개 초중고 중 34%에 이르는 비율이다.
각 학교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 2,572개 학교는 빵과 우유 등 대체급식을 준비하거나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했다. 이번 주 기말고사를 치러 급식을 하지 않는 745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230개 학교는 단축수업을 했다.
조기하교를 선택한 서울 서초구 C초등학교 앞 인도는 낮 12시쯤부터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 200여 명으로 북적거렸다. 이 학교에서는 급식조리원 8명 전원과 돌봄교사 3명 중 1명, 행정실무사 2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C초등학교는 지난달 28일 각 가정에 통신문을 보내 “쉬는 시간을 10분에서 5분으로 줄이고, 정상적으로 5교시를 마친 뒤 귀가시키겠다”고 안내했다.
낮 12시 40분 5교시 종료 종이 치기 무섭게 학교 주변은 쏟아져 나온 학생과 아이를 찾으려는 학부모들로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인근 식당은 점심식사를 하려는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려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학교는 방과 후 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 오라고 했지만 대다수 학생들도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학교로 돌아갔다.
휴가를 내고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불편을 호소했지만 파업에 지지 의사를 보내는 교사와 학부모들도 많았다. C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만난 1학년생 어머니 김숙인(42)씨는 “물론 당황스럽고 불편하지만 불합리한 환경은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며 “학교에서 일하는 분들의 처우가 나아지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이 점심을 챙겨주기 위해 하루 휴가를 냈다는 40대 학부모도 “당연히 불편한데 나도 회사 다니고 회사에서 파업한 적도 있다”면서 “파업은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노동자들을 응원했다.
급식 중단으로 맞벌이 부부 등의 육아 고충이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책 마련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생 학부모 김모(42)씨는 “맞벌이 하는 학부모도 많고, 늦게까지 방과 후 활동을 하는 아이도 있는데 어제서야 급식중단 통지를 받았다”며 “빵보다는 더 영양가 있는 대체 급식을 준비하거나, 학부모들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백호경(45)씨도 “파업 자체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니 이해를 한다”면서도 “학부모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는 ‘반차를 써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미리 소통하고 충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